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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May 22. 2020

질문을 던지는 여러 가지 방법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 일 행복해 보이니?"

왕비: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 일 예쁘니?

거울: 왕비님도 예쁘십니다. 하지만 백설공주님이 제~~ 일 예쁘답니다.


왕비도 참 대단하다. 아무리 미모 부심이 심하다 해도

감히 십 대 소녀랑 비교할 생각을 하다니.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물어봤다면 '백설공주' 동화는 없었으려나? 예를 들어,

"거울아. 거울아. 내 나이 또래 중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라고 물어서 나이 대 별 미모에서 우위를 선점하든가,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 여자 중에서 누가 가장 옷을 잘 입니?"

라고 물어봐서 패션센스에 방점을 찍든가,

아니면 단순히 외모를 물어보는 게 아니라,

분위기나 스타일 등을 물어봤다면 어땠을까?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섹시하니?"

라고.






우린 어쩌면 오랫동안 왕비처럼 잘 못 된 질문을 왔는지도 모른다.


이 습관이 어린아이들을 쓸데없이 괴롭히곤 한다.

"엄마, 아빠 둘 중에 누가 더 좋아?"물음으로서.

아이는 이때

'엄마, 아빠 둘 다 좋은데 대체 어떻게 말해야 하지?'

하며 갈등에 갈등을 거듭한다.


이때 조숙한 아이는 "둘 다 좋아."라고 말해서 안전하게 등거리 외교를 펼친다.

어떤 아이는 앞에 있는 사람을 좋다고 말함으로써 '자본주의적인' 노선을 선택한다.



오랫동안 O X 내지는 선다형 시험에 익숙해져 온 우리로선 질문힘들다. 농경사회,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공동체 생활을 중시하는 문화도 한 몫한다.


학교에서 독서동아리를 맡은 적이 있다. 그때 동화 한 편을 보여준 후 질문을 만들어보라고 했다.

'흥부전'보여주자 이런 질문이 나왔다.

1. 흥부 형 이름은?

2. 흥부와 놀부 중 누가 자식이 더 많나?

3. 흥부와 놀부 중 누가 착한가?

4. 흥부는 놀부 부인이 밥주걱으로 따귀를 때리자 어떻게 했나?


모두 몇 초 안에 답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이번에는 대답 시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질문을 라고 했다.


그러자

1. 흥부는 뭘 믿고 그렇게 아이들을 많이 낳았을까?

2. 놀부는 왜 동생을 도와주지 않았을까?

3. 흥부와 놀부가 사이좋게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4. 흥부와 놀부 중 누가 더 옳다고 생각하는가?

5. 만약 흥부가 요즘 시대 사람이라면 어떻게 살까?

6. 흥부가 자식을 굶기지 않으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7. 놀부는 무조건 동생을 도와주어야만 하는 걸까?

8. 놀부는 어떻게 해서 부자가 되었을까?


어른들도 곧바로 대답할 수 없을 만큼 진지하다.

이 질문답하려면 주식 상황, 문화 행태, 부동산 투기 정책, 이번 총선 결과, 남북 외교 정책까지 섭렵해야 할지도.

폐쇄형 질문은 단순한 답안을 만들어낸다.

반대로 개방형 질문은 삶의 전반적인 문제를 들추어낸다.

그 결과 자신이 선 위치나 '행복'까지 성찰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 자신에게 질문하는 적이 많다. '질문하기'는 젊은 시절에도 했다.


그땐 수많은 '무엇(WHAT)'을 물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나이가 드니 '무엇'이 '어떤(HOW)'으로 바뀌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어떨 때 행복한가?

나는 지금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








코로나 이후'언택트' 시대다.

전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전보다 덜 소비해야 할 것이다.

(생태복원을 생각하면 그렇다. 곧바로 쓰레기가 될 물건을 무한정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므로)


이 전엔 달랐다.

많이 모이고 많이 소비하고 많이 버렸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서로 비교하고 등수를 매기는 습성이 있다. 그동안 우리의 질문도 그랬다.

"너희 반 1등은 누구니?"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빌딩은?"


이제 남을 향한 질문을 그만 거두는 거다.

대신 안으로 가는 질문을 해 보자.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가족이 웃을 때는 언제인가?'

'우리 가족이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다 보니 질문들이 모두 한 지점을 향하는 것이 보인다.


'행복'이라는,

아주 오래된 화두.


많다고 좋은  아니었다.

이제 맞춤식 행복을 위해

새롭게 질문해야 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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