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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Aug 21. 2020

마스크가 제2의 속옷이 된다면?

코와 입 모양이 변형되는 날이 올지도.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입가를 보았다. 기분 탓일까? 전보다 입술이 납작해지고 못 생겨졌다. 애써 미소를 지어 보려다 실패하고 만다. 전에는 거울을 보며 활짝 웃는 모습을 연습하곤 했다. 웃으면 아무래도 젊고 예뻐 보이니.


요즘 하도 입과 코를 가리고 다니니 입 언저리를 잊고 산다. 신경을 안 쓰니 모습이 안 좋아진 듯하다. 입꼬리가 잔뜩 처져있고 입가엔 주름이 가득하다. 근육은 자주 써야 활성화가 되는데 그냥 놔둔 결과다. 자주 웃어서 입매를 가다듬어야겠다. 마스크를 벗게 되는 날 다시 써먹을 미소를 생각해서라도.


특히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다른 사람의 눈만 보고 얼굴을 알아봐야 해서 불편하다. 내가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 출근 시는 아예 화장을 안 할 수는 없어서 눈 화장에만 신경을 쓴다. 요즘엔 눈 화장만 잘하면 절세미인으로 보일 수도.





앞으로 코로나가 잡히더라도 뒤이어지는 다른 바이러스의 발생을 막기는 힘들 것이다. 무자비한 환경 파괴의 벌을 받는 셈이다.


앞으로 어쩌면 마스크를 쓰는 것은 속옷을 챙겨 입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날지도 모른다. 문화는 환경에 맞게 진화한다. 풍습도 자연의 영향으로 생겨나니 어쩔 수 없다.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알몸으로 지내지만 허리띠 하나는 꼭 하고 다닌다. 그 허리띠를 예쁘게 장식하고 신분을 표시하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 마스크가 제2의 속옷이 되는 날이 오는 건 아닐까? 속옷을 입는 부위는 자손 번식과 관련되어있다. 여성들의 경우 수유, 출산 관련 부위다.


결국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자손을 번식해야 하고 이에 모든 것을 투자해야 한다. 인류가 속옷을 입기 시작한 이유일 것이다. 같은 이유로 앞으로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마스크를 써야 할 것이다. 마스크를 계속해서 쓰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스크를 안 쓰면 마치 속옷을 안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날지도 모른다. 풍기문란으로 처벌받을 수도. 다들 남의 코와 입을 보는 것은 희귀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코와 입은 언제 필요할까? 아마 입은 음식을 먹을 때만 잠깐 마스크를 벗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혼밥이 일상화가 되어 침이 튀기는 식사 등의 행위는 부부가 아니면 같이 할 수 없게 된다. 식당은 칸막이로 되어 모두 혼자 식사하도록 설계될 것이다. 종업원이 식사하는 손님의 입을 보면 몰래카메라급 처벌이 이루어질지도.


또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이 모여사는 나라나 동네는 나체족 취급을 받는다. 그 종족은 어차피 지구 상에서 멸종할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인류의 모습이 끊임없이 진화해 왔듯이 마스크로 인한 퇴화 내지는 발달되는 부분이다.

퇴화되는 부분은 코와 입의 형태일 것이다. 기본적인 기능은 여전하겠지만 형태는 변형될 것이다. 화장품 회사는 그 해의 립스틱 컬러를 신중하게 결정한다. 광고모델은 무조건 입술이 예쁜 여성이 입술을 쭉 내밀고 립스틱을 광고한다.


이제 화장품에서 립스틱이라는 용어가 사라질 것이다. 남에게 보일 것이 아닌데 굳이 화장할 필요가 없으므로. 치아미백제, 구취제거제, 치아 교정 등도 불필요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입술 모양이 변할 것이다. 앵두같이 도톰했던 입술 모양은 마스크 착용에 방해가 되므로 평평해진다. 꽃잎처럼 또렷한 입술 라인은 경계가 뭉개지고, 붉은 입술색은 주위 피부색과 비슷하게 살색화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현재 평균 여성의 얼굴보다 코와 입은 못 생겨지고 눈은 더 커지고 예뻐질 것이다. 눈에만 집중한 결과 쌍꺼풀 수술도 모자라 삼 꺼풀 수술을 하게 되지는 않을지.


또 그전에 지칭하던 코, 입술 미인이 사라지고, 대신 눈이 예쁜 여자가 인기를 끌 것이다. 미인 대회하면 얼굴에서 이마와 눈만 보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가장 타격을 입을 곳은 성형외과다. 입술이나 코 수술이 필요 없어지니. 또 화장품 매출이 반으로 줄어든다. 피부 표현도 얼굴 위쪽 반만 하므로.



올해 우리 학교에 새로 부임한 교사들 얼굴을 아직 못 봤다. 눈밖에는 본 적이 없어서. 가뜩이나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눈만 보고 구별하기가 어렵다. 이래저래 눈을 더 크게 뜨고 다닌다. 눈으로 모든 걸 보여줘야 하고 눈만 보고 모든 걸 구별해야 하는 시대. '눈으로 말해요'가 이제 일상이다.


코로나가 경제, 사회 시스템 같이 큰 것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가 잡혀도 제2의 코로나, 제3의 코로나가 일어날 수 있다. 그땐 인류에게 생물학적인 변화까지 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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