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는 없다
'무심코'는 '성의 없음', '부주의함', '예의 없음'을 일컫는 말이다
'무심코 내뱉은 말일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마치 자기에게 뇌가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게 가능할까? 대부분 사람들은 하루 종일 생각이라는 걸 한다.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는 도를 닦던가 명상의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실수를 저지르고 나서 그런 말을 툭 내뱉는다. 그냥 '무심코' 한 말(행동)이었다고. 하지만 그들이 무심코 내뱉은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프로이트는 '실수 이론'이라는 것을 통해 사람의 무의식이 실수를 유도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맘에 안 드는 가방이 있다고 치자. 새것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경우 잃어버리거나 음식물을 쏟거나 한다고 말이다.
모든 경우 100% 맞는 건 아니지만 일리는 있다는 생각이다. 진짜로 맘에 드는 가방이라면 커피를 마실 때도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전철 선반에 가방을 함부로 올려놓아 잃어버리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즉 우리는 관심이 없는 것에 부주의하다. 말도 그렇다. 말을 무심코 내뱉었는데 뭘 그리 화를 내냐고? 그건 최소한 '부주의함'에 대한 대가다. 무심코 '마음에도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고 백번 양보하자. 하지만 상대방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말한 벌은 받아야 할 것이다.
젊은 시절 '무심코'의 대가를 치른 적이 많다. 무심코 내뱉는 말실수는 거짓말을 할 때 더 잘 드러난다. 양다리를 걸치다가 남자들 이름을 맞바꿔 부르고, (둘 다 별로였다는 말이다. 그러니 신경 안 쓰고 말을 하지.) 좋아하지 않는 친구가 만나자고 했을 때 선약이 있다고 했다가 나중에 무심코 그 날 집에서 그 시간 드라마 본 이야길 하고.
'무심코' 실수는 정치인들도 많이 한다. 전에 일개 국회의원이었던 한 정치인은 자기를 대통령으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국회 회의장에서 자기를 대통령으로 말했다. 그들의 이런 말실수는 요즘 sns 실수로 발전했다. 무심코 쓰는 실수, 여기에 더해 철자법까지 틀리면 교양을 의심받는다. 나중에 지우지만 이미 캡처해 논 사람들이 이리저리 퍼뜨린다.
가장 치명상을 입는 건 아무래도 인기가 많은 연예인일 것이다. 아이돌 스타들의 경우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해 기본적인 학식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의식이 안 된 건 국민들에게 용납이 안 된다.
한 걸그룹 멤버가 독립군을 일본식 이름으로 말한 일은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그 독립군은 헷갈리기 힘든 위인이었기에 이해가 안 된다. 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이 없음을 실수로 드러낸 것이다. 여기서 무심코라는 말은 더욱 리얼하게 와 닿는다.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무심(無心) 한 것이니까.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진짜 화나는 건 따로 있다. "무심코 내뱉은 말인데 뭘 그래?" 하고 상대방을 속 좁은 사람이라고 몰아붙일 때다. 속이 뻔히 드러나 보이는데, 그걸 말로 실수로 내뱉은 걸 다 아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