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게 깊은 감사를
마녀수프를 한 그릇 팔았다.
으스스한 성에 한 마녀가 살고 있었다. 이 마녀, 머리는 부스스하고 이빨은 듬성듬성하다. 나이는 비교적 어린 편으로 이백 살 먹었다.
현재 내 모습
보글보글 끓고 있는 마녀수프
그리고 매일 밤 숲 속에 가서
커다란 솥에다가 마녀 수프를 끓인다.
이 수프에는 박쥐 오줌과 새벽 첫 이슬,
그리고 까마귀 발톱 등이 들어가는데,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를 공수해 온다.
수프를 끓인지는 2년이 조금 못 되었다.
그러다가 근처 마녀수프가 대박이 났다는 소문을 들었다. 부럽고 은근히 샘이 난다. 하지만 자기는 그들에 비해 경력이 한참 못 미친다는 걸 안다.
이천 살은 먹어야 제법 맛있는 수프를 만든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동안 실력도 검증받을 겸 숲 속에서 열리는 각종 요리대회에도 나가 보았다.
번번이 미끄러지긴 했지만.
그러던 어느 날 아주 멀리서 손님이 찾아왔다.
"똑똑똑. 지나가다가 수프 냄새가 좋아서 들러봤습니다. 한 그릇 줘보실래요?"
'아아... 드디어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드디어 돈을 받고 수프를 팔기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밤잠을 설쳤다. '매일 끓이다 보니 이제야 맛이 나기 시작했어. 나도 남의 입맛을 맞출 줄 알게 된 게야.'
'앞으로도 계속 끓이자. 그러면 더 많은 손님들이 찾아올 테니. 언제까지? 마녀수프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 해지는 그날까지.'
2019년 5월, 브런치에 첫 글을 싣기 시작했습니다.
사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풀어냈죠.
간혹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께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했고요.
때론 좋은 글들을 보며 나는 왜 저렇게 못 쓰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어요.
하지만 계속 쓰다 보면 지가 언젠가는 늘겠지 하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써 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결실이 맺어졌습니다.
그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고맙게도 제게 책을 보내주신 분(박쥐 마담님)도 계셨고,
서울교대 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 종종 제안이 오긴 했지만 연결되지는 않았어요.
그러다가 드디어... '월간 에세이'라는 우수한 콘텐츠의 잡지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왔습니다.
네. 그래요. 누군가 제 글에 돈을 지불한다고요.
제 글이 팔린 거라고요!!!
그건 바로 제 글이 옷이나 가방처럼 사람들에게 쓰인다는 뜻입니다.
저는 관념적이거나 모호한 것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명확하고 유용한 것들을 좋아해요.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것들을 좋아하고, 제 글도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꿀꿀할 때 위로가 되거나 잔잔한 웃음을 주거나.
뭐든 쓸모가 있어야 돈을 내겠죠. 남의 일기장을 읽는 대가로 돈을 낼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원고 청탁은 제게 아주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누가 그러던가요? 브런치는 돈이 안 된다고.
브런치! 돈 됩니다.
적어도 브런치를 통해 제 글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었으니까요.
제 첫 원고료는 절대로 쓰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곱게 저금해 두려고요.
혼자서 그 금액에 0을 세 개 덧붙이는 상상을 합니다. 반드시 그런 날이 올 거라고 믿으면서요.
그리고,
글이 돈이 되는 세상, 그것도 아주 많이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그 결과,
전철을 타면 핸드폰이 아니라 책을 넘기는 세상,
모였다 하면 연예인 가십거리가 아니라 책으로 토론하는 세상,
가짜 뉴스에도 휘둘리지 않는 세상,
남을 챙길 줄 알아야 나도 행복해진다는 걸 아는 세상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