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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May 31. 2019

‘따로, 또 같이’

기술 혁명 시대에는 가능한 것이 많다.

“어어, 왜 이러지?” 김치찌개를 끓이면 끓일수록 점점 부풀어 오른다. 남편과 나는 어쩔 줄 몰라서 뚜껑을 열고 불을 껐다. 하마터면 주방 세제가 잔뜩 들어 있는 김치찌개를 먹을 뻔 한 순간이었다.


내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중 맛술인 줄 알고 넣은 액체가 알고 보니 주방세제였다. 남편은 그 뒤로도 주방 참사를 여러 번 겪었지만, 나를 주방 일에서 퇴출하는 않았다. 내가 안 하면 자기가 해야 할 일이니까.    

  

후배 남편은 성격이 급했나 보다. 신혼 초 요리를 못 하는 부인에게 놀란 남편은 결국 주방을 꿰차버렸다. 그 뒤로 후배는 주방에 얼씬도 못하고 청소나 빨래 등 단순한 일을 하게 되었다.


나도 신혼 초에는 주방이 공포스러운 공간이었다. 하지만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금은 요리를 제법 다. 만약 내가 요리를 못한다고 주방에 들어고, 남편이 대신 요리를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까지 ‘나는 요리에 소질이 없나 보다.’ 했을 것이고, 우리 아이들은 나중에 ‘친정 엄마 손맛’이 아니라 ‘친정 아빠 손맛’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나와 반대로 신혼초부터 손맛이 있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요리를 금방 배운다.   


무엇을 처음 배울 때 사람마다 배우는 속도가 다 다른 것 같다. 특히 학교 교육이 그렇다. 아이들마다 성장 배경이나 월령에 따른 개인별 학습 속도가 다른데, 아쉽게도 교실에서는 30명 이상이 똑같은 교사에게서 같은 속도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니 산만한 학생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미 아는 학생들은 지루해서 딴짓을 하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못 알아들으니 딴짓을 할 수밖에. 알고 보면 사교육도 개인별·수준별 학습에 대한 대안이다.      


고액의 사교육비가 들지 않으면서, 각 개인이 자기 학습 속도에 맞추어 공부를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돈이 있든 없든, 시골이든 도시이든, 원한다면 누구나 공부를 할 수는 없을까?


요즘처럼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어 있는 환경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인도계 미국인 살만 칸(Salman khan)은 수학에서 낙제 위기에 처한 조카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기 위해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 강의를 많은 학생이 듣기 시작했는데, 학생들 중에는 빌 게이츠 아들도 있었다.


어느 날 재미있게 공부를 하고 있는 아들 곁에 다가간 빌 게이츠가 칸의 동영상을 보게 되면서 비영리 단체인 칸 아카데미에 거액을 투자하였다.  

    

원래 살만 칸은 MIT에서 수학, 전기공학,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한 후 실리콘밸리에서는 엔지니어로, 보스턴에서는 헤지펀드 분석가로 일하던 인재였다.


 그런 그가 온라인 강좌에 보람을 느끼기 시작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가난한 아프리카 아이들도 교육에 있어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이다.


전 세계적으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데에 교육이 한몫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수업에서는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그냥 넘어가야 하지만 개인별로 진도를 나가면 그런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      


기술 혁명의 가장 큰 장점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양질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잘만 활용한다면 사교육비를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또한 개인별 수업이 가능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는’ 학생들만 수업에 집중하는 일은 없게 된다.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학교들도 있다. ‘거꾸로 수업’, 즉 집에서 각자 공부를 해 오고, 학교에서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토론하는 수업 하는 학교이다. 


앞으로 이런 식의 수업모델을 많이 개발한다면 기술 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에 있어서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따로, 또 같이’는 기술 혁명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행복한 효율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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