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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Jun 24. 2019

덜렁대는 것에 대한 변명

단점은 장점과 샴쌍둥이다.

운전면허를 딴 지 오래되었지만 운전대를 잡아 본 적없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우선 남편이 적극적으로 반대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 대중교통 이용이 체력적으로 힘들다. 하루는 남편에게 선언을 했다. 이제 차를 가지고 다녀야겠다고.


그러자 남편은 구구절절 내가 운전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한다. 그래도 내가 막강하게 나오니 일침을 가한다. 다 괜찮은데 죽을까 봐 안된다고.


순간 물밀듯이 감동이 밀려왔다.

"뭐라고? 내가 죽을까 봐 걱정이 된다고?"

그러면서 혹시 내 존재 자체를 아쉬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 밥 해줄 사람이 없어서 그러는 거지? 하면서 확인사살하려고 했다. 내심 아니라는 말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그러자 남편이 무덤덤하고 제법 단호한 말로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당신이 아니라, 당신이 운전하면 당신 차에 사고당한 사람이 죽을까 봐 걱정이 된다는 말인데..."

"..........."


또 하루는 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다들 권태기, 권태기 하는데 자기는 나한테 권태기 없어?"

하니 평소 느려 터진 남편이 웬일 빨리 대답을 한다.

" 아니, 절대로 그런 걱정은 마."


내가 또 감동을 했다.

"그럼 나는 늘 신선하단 말이지?"

그러자 남편이 말했다.

"그아니라 권태기는 뭔가 안정적이고 차분한 부인에게서 느끼는 거 아냐? 나는 당신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는데 무슨 소리야. 부엌에서 요리만 해도 또 칼 떨어뜨릴까 봐, 컵 깨질까 봐. 늘 불안하다고."

"......."


남편 연애할 때 내 덜렁 거림이 귀여웠는데 지금은 너무 괴롭단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나는 심지어 공항에서 여권을 잃어버린 적 두 어번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내 덜렁 거림을 조금 미화하게 된 일이 생겼다. 얼마 전부터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게 되었다. 좋아하게 된 이유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이유 중에서도 단연 1위는 RM 때문이다. RM이 나보다 한술 더 떠 비행기 안에서 여권을 잃어버린 소동이 일어난 것을 보고 나서다.


나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광경이 펼쳐졌다. 다른  멤버들은 아주 침착하게 "또야?" 하거나 침착하게 찾아보자고 말하거나 했다. 내가 사고 쳤을 때 우리 가족이 하는 행동들이다.


그런 RM을 보면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을 때가 있는데 (물론 지능지수 빼고 말이다.) 우선 잘 부딪히거나 다친다. 또 물건을 잘 잃어버리거나 물건을 쌓아둔다거나 한다. 운전면허도 안 딴다. 사고 칠까 봐.


하지만 작사, 작곡을 잘하고 리더십도 좋다. 또 다른 멤버인 민윤기(슈가)에게서도 위로를 느꼈다. 즉 시간 나면 눕는 것. 나도 집에 오면 무조건 눕는다.

 

각해보면 우리가 갖고 있는 단점은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의 소산 같은 것이다. 즉 알엠이 덜렁댄다는 건 그만큼 평소 생각이 많은 것이다. 가사를 쓰려면 시간 내서 자리에 앉아 쓰는 것이 아니다. 늘 머릿속에서 구상을 하고 곱씹고 하다가 앉아서 게 되는 것. 즉 머릿속이 늘 바쁘다.(나도 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책을 쓰고 하는 과정머릿속이 늘 부산스럽기 때문이라고 핑계 대본. )


장점과 단점을 원심 분리기에 넣고 깔끔하게 분리할 수가 있을까? 둘은 마치 샴쌍둥이처럼 붙어있다. 비교적 보수적인 학교 사회에서도 나의 단점을 수용해주시는 분을 만날 때가 있다.


한 학교에서 멋진 교장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그분은 나의 덜렁 거림을 히려 축복까지 해 주신다. 작가는 그래야 한다고. 도 일부러 꼼꼼하지 않으려 하신다고.


뇌는 습관에 길들여지면 개발이 되지 않는다면서 일부러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 지 않 습관을 들이고 계신. 그러면 어두었지? 하서 머리를 쓰게 된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한 행동만 하니 발전이 없다고 느껴서다.


이런 교장선생님이나 RM 같은 사람 덕분에 요즘 살맛이 난다. 글로벌한 가수가, 그것도 멋진 을 쓰는 천재 뮤지션이 덜렁댄다는데 누가 욕하랴? 나도 이참에 슬쩍 묻어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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