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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화려함과 '알제리 전투'의 그림자

파리 2024를 통해 되새기는 프랑스의 과거

by 김형범

2024년 파리 올림픽이 화려하게 막을 올렸습니다. 세계인의 축제 속에서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의 이념이 빛을 발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 찬란한 축제의 이면에는 프랑스가 감추고 싶어 하는 어두운 과거가 존재합니다. 바로 식민 제국으로서의 역사입니다.

dy240727_04.jpg 2024년 7월 27일에 2024 파리 올림픽이 개막했습니다

프랑스는 여전히 해외 영토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의 제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프랑스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식민지를 억압하고 수많은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알제리 전쟁입니다. 이 전쟁의 한 장면을 생생하게 담아낸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알제리 전투(The Battle of Algiers)'입니다.

lJ7B3Ujbj96gsjJZLt2HNUNdvWr9Si_original.jpg 알제리전투(1966)_포스터

1966년에 개봉한 '알제리 전투'는 이탈리아 감독 질로 폰테코르보가 연출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1954년부터 1957년 사이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벌어진 독립투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은 프랑스의 식민 지배에 맞서 게릴라전을 펼쳤고, 프랑스군은 이를 잔혹하게 진압했습니다.


영화는 마치 실제 전투 현장을 찍은 듯한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흑백 필름을 사용하고 비전문 배우들을 기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가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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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전투 스틸 컷

'알제리 전투'는 양측의 잔혹한 행위를 모두 보여줍니다. FLN의 테러 행위와 프랑스군의 고문이 적나라하게 묘사됩니다. 이를 통해 전쟁의 비극성과 식민 지배의 폭력성을 동시에 고발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개봉된 당시 프랑스에서는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정부는 1년간 상영을 금지했고, 이후에도 여러 해 동안 개봉이 지연되었습니다. 프랑스 사회가 자국의 과거사를 직시하기 꺼려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서는 영화의 예술성과 메시지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알제리 전투'는 단순히 과거의 한 사건을 다룬 영화가 아닙니다. 이는 현재진행형인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문제를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입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많은 서구 국가들이 과거의 식민 지배를 미화하거나 은폐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일 뿐입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은 프랑스의 위대함을 세계에 알리는 행사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화려한 축제의 이면에 숨겨진 역사의 그림자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알제리 전투'와 같은 작품들은 우리에게 과거를 직시하고, 현재를 성찰하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웨이브와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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