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색깔과 성별의 100년 역사
요즘 SNS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임신한 부부가 큰 풍선을 터뜨리면 그 안에서 파란색 또는 분홍색 종이가 날립니다. 바로 '성별 공개 파티'의 한 장면이죠. 하늘색 종이가 나오면 남자아이, 분홍색 종이가 나오면 여자아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파티가 요즘 한국에서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100년 전에는 이 색깔의 의미가 정반대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놀랍게도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분홍색은 남자아이를, 파란색은 여자아이를 상징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아기의 옷 색깔은 성별과 무관했습니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실용적인 이유로 흰색 옷을 입었죠. 그러다 20세기 초, 미국의 백화점들이 아기 옷에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습니다. 1918년 한 미국 잡지는 "분홍색은 더 강하고 확고한 색이므로 소년에게 더 적합하고, 섬세하고 우아한 파란색은 소녀에게 더 어울린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색깔의 성별 구분이 뒤바뀌게 되었을까요? 그 열쇠는 바로 20세기 중반의 마케팅 전략에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비재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기업들은 더 많은 제품을 팔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성별에 따라 색깔을 구분하면 부모들이 두 배로 물건을 사게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죠.
1940년대부터 미국의 의류 제조업체들은 점차 파란색을 남자아이용으로, 분홍색을 여자아이용으로 마케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었고,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정착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색깔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성 역할과 고정관념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특정 색깔과 자신의 성별을 연관 짓게 되고, 이는 나중에 그들의 취향과 행동 양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성 중립적인 색깔을 사용하거나, 아예 성별에 따른 색깔 구분을 없애자는 움직임도 있죠.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구분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며, 특히 임신 축하 파티나 아기 용품 시장에서는 이 구분이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색깔과 성별의 연관성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불필요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색깔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요소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누군가를 제한하거나 규정짓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색깔의 세상을 만들어갈까요? 그 선택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