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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인가, 사람인가

더본코리아의 상장과 이미지 의존의 구조적 한계

by 김형범

요즘은 유명인의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되는 시대입니다. 방송에서 친근한 얼굴로 알려진 사람이 사업에 뛰어들고, 그 이미지가 회사 전체를 대표하게 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과 브랜드가 하나로 묶이는 현상’은 대중에게 익숙하면서도, 기업 운영의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브랜드는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가, 혹은 사람은 브랜드를 온전히 지탱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주식회사라는 구조는 본래 특정 개인이 아닌 ‘법인’이 주체가 되는 개념입니다. 대표이사나 창업자가 물러나더라도 브랜드가 살아남는 이유는, 바로 브랜드 자체가 법적 인격처럼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는 대표의 얼굴을 넘어서야 비로소 독립된 정체성을 갖게 되고, 이것이 주식회사의 본질적인 생존 구조를 만들어 줍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푸조라는 회사를 예로 들며, 주식회사는 사람들이 함께 믿는 허구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푸조는 자동차 한 대, 공장 하나로 설명될 수 없으며, 그것을 브랜드로 믿고 신뢰하는 사람들의 합의가 그 회사를 실체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교촌치킨 역시 대표이사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브랜드가 유지되는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창업자가 경영에서 물러나도, 치킨의 품질과 브랜드의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회사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와는 달리, 사람의 이미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최근 상장한 더본코리아는 대표가 곧 브랜드라는 점에서 다른 사례들과 대조됩니다. 대중은 ‘더본코리아’라는 이름보다 ‘백종원의 회사’라는 인식에 더 익숙하며, 실제로도 자회사 브랜드 대부분이 대표의 이름을 내걸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브랜드가 인물로부터 독립된 정체성을 갖기 어렵게 만들며, 이는 주식회사로서의 지속 가능성에 큰 위협이 됩니다.


그 위험성은 최근 여러 논란 속에서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그중 하나는 육가공 제품 ‘백햄’의 온라인 판매 과정이었습니다. 백종원이 서민적 이미지와 정직한 가격을 강조해온 인물인 만큼, 소비자들은 이번에도 ‘가성비 좋은 햄’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격이 비싸게 형성되었고, 일부 소비자들은 세일 가격조차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가격 논란을 넘어, 대표가 보여온 이미지와 실제 사업 운영 사이의 괴리를 체감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방송에서 보여준 장면들이 다시 조명되며, 백종원이라는 인물이 과연 그동안 보여준 모습 그대로인지를 의심하는 분위기도 퍼졌습니다. 특히 요리 전문가로 비춰졌지만 실제로는 조리 지식이나 설명 방식에 허점이 보인다는 업계의 지적도 제기되었습니다. 이처럼 인물 중심의 브랜드는 이미지에 금이 가는 순간 브랜드 전체가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물론 한 개인의 영향력과 노력은 분명한 자산입니다. 그러나 상장 기업이라는 공적 구조 안에서는 브랜드가 사람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합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브랜드는 인물이 아닌 시스템과 신뢰로 버텨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더본코리아는 브랜드와 대표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은 사람이 아니라 구조로 움직입니다. 브랜드는 이미지를 넘어 독립된 인격처럼 기능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주식회사라는 허구의 강점을 실체로 전환시키는 방식입니다. 사람에 기대어 세운 브랜드는 한순간 빛날 수는 있지만, 오래 살아남기는 어렵습니다. 더본코리아가 진정한 브랜드로 성장하고자 한다면, 대표의 이미지가 아닌 브랜드 그 자체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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