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데몬헌터스》로 본 세계 속 한국 문화의 부상

왜 지금 K컬처인가?

by 김형범

한때 한국 문화는 세계의 문화 지도 위에서 낯설고 조용한 존재였다. 한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이전까지,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게임, 중국의 역사 드라마와 무협 소설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21세기 중반을 지나며, 세계는 점점 더 ‘한국적인 것’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 문화적 전환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왜 하필 지금, 세계는 한국 문화를 주목하게 되었을까?


먼저, 한국은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나라’였다. 영어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세계 문화 시장에서 일본과 중국은 비교적 일찍부터 자신들의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수출할 수 있었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그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한국어는 널리 쓰이지 않았고,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세계 대중문화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러한 비가시성의 시간을 정면으로 돌파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속 공간과 장면 곳곳에는 한국의 문화와 도시 풍경이 정교하게 녹아 있으며, 이를 통해 ‘로컬’이 ‘글로벌’로 도약할 수 있음을 증명해낸다.


둘째, 한국은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가진 나라다. 제국주의와 분단, 군사 독재와 민주화, 경제 성장과 문화 산업의 부흥이 압축적으로 진행되면서 한국 사회는 동시대 어떤 국가보다 극적인 서사를 내면화했다. 이와 같은 복합적 경험은 콘텐츠에 깊이를 부여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서사도 단순히 선악의 대결에 그치지 않고, 세대를 넘는 유산의 계승, 정체성의 혼란, 소외된 자의 분노와 화해 등의 요소를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K팝 애니메이션을 넘어선 이야기의 층위를 제공한다.


셋째,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 K드라마와 영화, K팝의 세계적 성공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확산, SNS 기반 팬덤의 형성, 코로나19 이후 문화 소비의 디지털화 등 여러 조건들이 한순간에 겹치며 일어난 문화적 동시다발이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러한 파고 위에 등장한 작품으로, 단순히 기존 성공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공을 문화적 레퍼토리로 변환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국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컬처의 흥행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원을 되짚고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한국 문화를 세계로 이끈 동력이었을까? 단지 K팝의 멜로디와 퍼포먼스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 너머에 있는 역사적 경험, 정체성의 서사, 그리고 세계와 소통하려는 집단적 감각이 있었던 걸까?


세계는 지금, 한국을 단순한 트렌드로 보지 않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적 상상력’이 어떻게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문화 수출이 아니라, 문화의 대화이며, 전통과 현대, 로컬과 글로벌이 맞닿는 지점에서 시작된 새로운 이야기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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