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밤마다 부엉이와 대화한 사나이
1996년 영국의 평화로운 시골 마을 노퍽주에는 매일 밤 정성스럽게 숲을 향해 구애의 소리를 보내는 조지라는 남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마을에서도 알아주는 부엉이 애호가였던 그는 어느 날 밤 평소처럼 뒷마당에 서서 숲속에서 들려오는 부엉이 소리를 유심히 듣다가 그 소리를 그대로 흉내 내 보았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깊은 어둠 속에서 기다렸다는 듯 부엉이가 화답해 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조지는 그 순간 온몸에 전율을 느꼈고 자신이 정말로 부엉이와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날 이후 조지의 은밀하고도 설레는 밤의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 신비로운 교감은 한결같이 이어졌습니다. 조지는 매일 밤 정해진 시간에 숲을 향해 정성껏 말을 건넸고 상대방 부엉이 역시 단 한 번의 어김도 없이 다정한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조지는 단순히 소리를 주고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엉이의 울음소리 패턴을 면밀히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목소리가 낮다거나 대답이 평소보다 조금 늦다는 식의 사소한 변화를 꼼꼼하게 일기로 기록하며 이 미지의 생명체와 깊은 우정을 쌓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조지는 자신이 세상에서 부엉이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리는 사람이라는 자부심마저 느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조지의 밤은 숲에서 들려오는 정겨운 ‘부엉부엉’ 소리와 함께 낭만적으로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이 아름답고도 기이한 우정은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조지는 이웃집에 사는 친구 프레드와 가벼운 안부를 나누던 중 요즘 동네 부엉이들이 너무 시끄러운 것 같다는 불평 섞인 농담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던 프레드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지더니 이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알고 보니 프레드 역시 지난 1년 동안 매일 밤 뒷마당에 나가 숲속 부엉이와 열정적으로 대화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지난 1년의 밤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숲을 사이에 두고 한 남자는 북쪽 마당에서, 다른 남자는 남쪽 마당에서 서로가 부엉이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목청껏 소리를 내질렀던 기막힌 진실이 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황당한 소동은 진짜 부엉이는 단 한 마리도 끼어들지 않은 채 두 사람만의 완벽한 착각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상대를 의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서로의 흉내 실력이 너무나 탁월했던 탓에 이 지독한 짝사랑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에 깊이 몰두할 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유쾌하고 절묘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이 기상천외한 사건은 당시 BBC를 비롯한 주요 언론에 대서특필되었고, 조지가 남긴 정성스러운 ‘부엉이 일기’는 인간의 순수한 열망이 만들어낸 가장 우스꽝스럽고도 다정한 기록으로 세상에 남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