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가 쓸 것 같은 오묘한 색과 형태의 도자기 티컵. 흘러내리는 청록색 유약과 구멍이 송송 뚫린 소서가 특별하다.
일년 전 네덜란드에 처음 올 때부터 옷으로 꼼꼼히 싸매 들고온 이 티컵은 여전히 내가 가진 컵들 중 가장 아끼는 컵이다. 내 취향의 디자인이기도 하지만, 대학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던 디네에게 받은 졸업선물이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내 취향을 정확히 간파한 선물을 받을 때면, 선물을 주는 사람의 나에 대한 애정, 내게 꼭 맞는 선물을 고를 수 있다는 - 나를 잘 알고 있다는 확신, 그런 확신이 생기기까지 나와 그 사람이 함께한 절대적인 시간 등등의 의미가 더해지면서, 물건은 단순한 사물을 넘어서 나와 상대의 관계를 드러내는 매개체가 된다. 네덜란드로 터전을 옮기는 준비를 하던 중, 네덜란드에서 이미 공부를 하고있던 림은 한국에서 무엇을 챙기면 좋냐는 내 질문에 내게 소중한 물건들을 먼저 챙기라는 조언을 해줬다. 이 티컵은 그렇게 한국에서 바리바리 챙겨온 몇 안되는 물건들 중 하나인 것. 원래는 두 피스가 있었으나 하나는 혹시 몰라 서울집에 남겨두고 한 잔만 들고 왔다.
불행히도 언젠가 설거지를 하다가 소서를 떨어뜨려 깨뜨리게 되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깨진 흔적이 보인다). 최대한 조각을 모아서 접착제로 붙여 형태는 유지하고 있지만, 더이상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현재는 캔들 홀더로 사용중. 사실 내가 그릇과 컵을 깨먹는 빈도를 고려하면 지금껏 컵이 안깨진 게 신기한 것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