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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팡팡이 Nov 11. 2015

8. 시시한 깨달음

열렬히 사랑할 것.


좋아하는
것을 잊고 산다는 걸 깨닫기까지
기억함을 기억하라는 내 신조를 다시
꺼내기까지, 오랜만에 묶은 청소 끝에 나타난 작은 수첩에 가슴이 몰랑몰랑해졌다.

기억의 끝에서 아주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렸는데 슬프게도 그렇게 뛰던 심장은 온데간데 없고
그 때의 일을 추억할 수 있는 눈과
그래도 사랑했던 사람이다 라는 사실에서 오는 잔잔한 일렁임만이 남았다.

우리는 사랑해서 만났고 어쩔 수 없는 일들에 헤어졌다고 생각했다. 짝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뒤로도 나는 그를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이다.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더욱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다시라도 만날 수는 없을 것만 같은 사람이었다. 사랑을 주는 법과, 사랑을 잊는 법을 동시에 알려준 사람이었다. 어떤 여자라도 그가 보여준 사랑에 안넘어갈 여자는 없다라고 자부할만큼 그대는 황홀했다.


내가 그를 떠난 이유, 어쩔 수 없는 일들에 이별하게 된 어쩔 수 없는 일들이란 대저 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평범한 사실 때문이었다. 그대에게 빠진 황홀경은 나 또한 렛미인의 오스카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헤어지고 나면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그래서 이별은 너무나도 죽을 것처럼 아픈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후에 깨닫게 된 이별이란
  그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그래서 이별은 너무나도 죽을 것처럼 아픈 것이 아니라

(사실 영화와 같이 헤어져 영영 만나지 못하는 일들은 없었다. 보기 싫을 때에도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보고싶다한들 죽음이 아니고서야 의지만 있다면 볼 수 있다.)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을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일,  나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일. 그때의 당신과 내가 만들었던 콩닥거림과 찌릿했던 통증이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생각은 곧 죽어도 비 온뒤, 유난히 반짝이는 별빛아래에서만 가능하다는 것.

  그러니까, 우리는 사랑한다는 사실에 이별하지 말고 열렬히 사랑할 것.


  좋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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