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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팡팡이 Jan 20. 2016

15. 시상-눈내리는 날에 버스기사아저씨의 통화

사계절의 사람 - 아버지

버스에서 버스를 타고
눈이 흩날리게 내렸다 아주 밝은 날
눈이 오고있는데 운전 중에
"아가 어예 됐노"
창 밖을 보고 ㅡ

아빠의 입에 김이 묻어있었다
아빠는 내복을 입고
주요 부위가 툭 튀어나온채,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날은 기말고사 전날

아주 더운 날 중고 센터에서
에어컨을 날랐다 중고상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뻘뻘흘리며
발냄새를 풍긴다
묵묵히 침묵을 즐기며 리모컨을 쥐어준다 아주 더운 날에,
초코우유를 건넸다

아버지의 바지를 보고- 36인치를 생각하고 장독같은 누룩을 생각하고
씨룩거리는 눈꼬랑지와 비틀려진 혀와 헤어진 입술을 생각하고, 대기업 간부를 떠올리고 정치인을 떠올리고, 예수를 연상하며

국수집엔, 등이 돌려진 언제나 웅크리고 어깨들을 들썩이는, 2900원을 건네는 아저씨들이 있다 3일마다 구면이다

나에게 준 신용카드에 유난을 떨지 않다가도 술을 마신 날에는 그렇게 역정내는 사람 죽도록 냄새나는 사람 이름 부르며 다정한 사람

3일에 한번 안부 확인하고 7일에 한번 전화하며 매일 술을 자주 먹지 않는다 거짓말하며 모기같은 목소리에도
감기들지 않았다 우리를 속이는 사람

날씨에게 술에게 더위에게
천원짜리 지폐에게 기말고사를 앞 둔 아이에게
지구에게 운명에게
거울에도
중요한 전날에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은 외침을 하는 사람

역정내고 냄새풍기고 다정하게 이름 부르고 그런 날엔 침묵했다 그때마다 바퀴벌레가 숨죽였다 밤고양이가 야옹했다
기도하고 기도했다. 그 사람을 위해서

이 모든 사람은
어느새 모든, 늙은 나의 아버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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