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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팡팡이 Jan 21. 2016

16. 사랑이 아니더라도 염병할, 병신짓은 계속된다.

대처행동

1.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2. 대청소를 포함한 빨래 등의 집안일을 하든지, 뭔가 정리를 한다.
3. 이를 닦거나 목욕, 샤워를 한다.
4. 산책을 한다.
5. 명상이나 이완 운동을 한다.
6. TV나 책을 읽음으로써 주의를 딴 곳으로 돌린다.
7. 교훈적이거나 긍정적인 무언가를 읽는다.
8. 영화를 보거나 놀러 나간다.
9. 컴퓨터나 인터넷 채팅을 한다.
10. 음악을 듣거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연주를 하는 것도 좋다.
11. 매니큐어를 바르거나 머리를 치장한다.
12.생각나는 것을 다 적어 이를 태워 버린다.
13. 오래된 편지며, 앨범을 꺼내어 본다.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자꾸 먹는 버릇이 생겨서 오랫동안 폭식에 대해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인터넷에 폭식이라고 검색했더니 그에 따른 해결방법 13가지를 정리한 기사를 발견했고 이를 복사하여 메모장에 꾹 담아두었다.



  어쩌다 시간이 지나쳤을때. 머리카락이 곤두섰을 때,



  당신은 이미 나를 떠났고, 당신의 체취를 떠올리고자 메모장을 뒤적거리다가, 이 메모를 발견했다.



  나는 이미 이별에 대해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었나 싶어 한참을 뚤어지게 바라보았다. 당신은 어떤 비밀이기에, 향기이기에, 누구이기에 그래서 당신은 나에게 무슨 존재이기에, 이토록 나에게 폭식에 대한 대처행동과 이별에 대한 대처행동을 함께 가져다 준 것일까


  생각의 끝과 끝을 달릴때쯤 우리 사이에 일련의 일들은 단순히 trouble이 아니라,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terrible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랑은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 속에 끼워져 있는 사랑 아닌 것들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사랑을 모두 부정해버렸다.



  곳곳에 남긴 그림, 그러나 처참히 부수어진 추억을 어떻게든 맞춰보려했던 어리석은 도피임을 알게 되었고 그때마다 나는 하염없이 공중에 눈을 묻고  '떠나- 좋았던 기억마저 다 갉아버리기 전에.'라며 뇌아렸다.

  우리의 그림은 말끔히 씻기어져 곳곳에 여백을 두었다. 허나 이미 흔적은 엉켜 존재했고, 표정은 슬픈 장면을 연출했다.



  이 모든 말썽을 지우기 위해 폭식에 대한 대처행동을 실행했지만 종래에 오래된 편지와 앨범은 비상하게도 나를 초롱초롱하게, 애잔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이런 염병할 병신짓을 수없이 반복했던 것이다. 당신은 엄청나게 달았고,




*공지영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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