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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팡팡이 Feb 23. 2016

20. 나는 당신과 다툴 때에도 사랑했다.

라이프모티프

나는 당신과 다툴 때에도 사랑했다.

눈을 반짝이며 제이는 차차를 바라보았다. "어쩜 그렇게 예뻐?"
그런 제이의 반짝이는 눈이 몰캉해질땐 더욱 빛이 났다. 그럴땐, 차차는 말하고 싶었다. '어쩜 그렇게 사랑스러워?'라고.


하지만 그런 그의 눈이 사랑스러운 차차는 더욱 더 제이에게 모진 말을 내뱉었다. 몰캉해진 눈과 붉어진 입술, 그리고 상기된 볼이 그녀가 보기엔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바쿠스제 (사랑싸움) - 폴 세잔

라이프모티프


우리는 식당에서 가끔 그때 그 베이글 가게의 남자와 똑같이 수수께끼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말없이 메모를 건네곤 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소금 좀 건네줘 같은 말만 적혀 있을 뿐이다.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가 갑자기 깔깔대는 모습을 보고 괴상하게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라이프 모티프의 핵심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 기초가 되는 장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계속 참조하는 사건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자기 참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행동이 옆줄에 선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한 일화들 자체가 흥미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클로이와 나만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일화들과 관련된 부수적인 연상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라이프 모티프들은 중요했다. 그것이 우리에게 우리가 서로에게 남이 아니라는 느낌을 주었고, 함께 끌어낸 의미를 기억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라이프 모티프들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접착제 역할을 했다. 그 라이프 모티프들이 만들어낸 친밀성의 언어는 클로이와 내가 둘이서 [정글을 뚫고 나가거나, 용을 죽이거나, 심지어 아파트를 함께 쓰지 않고서도] 하나의 세계 비슷한 것을 창조했다는 사실을 기억나게 해주었던 것이다.


차차는 알랭드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의 한 챕터인 '라이프모티프'를 생각했다.



그리고 나선,
차차는 제이의 말랑몰캉한 그 눈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그 눈을 떼어다 붙이면,
사람들은 모두 세상을 아리고 뜨겁게, 점차 따뜻하고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볼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기 저기 우주까지 모두 나눠주고 싶었다.

차차의 모진 말 이후엔, 항상 의식이 처해졌다. 채찍과 당근, 어린이이에게 혼을 낸 뒤 부모가 아이를 꼭 안아주는 것과 같은 의식.
그들에게도 모종의 그런 의식이 필요했다.  몰캉한 눈이 금세 터져 사방으로 뿜어나올 것 같을때, 그녀는 그를 꼬옥 안아주었다.
입술과 입술이 포개어지듯이, 퍼즐과 퍼즐이 꼭 들어맞듯이, 손과 손이 깍지를 끼듯이 그렇게 격렬하게 꼬옥 안고선, 손바닥을 펴 그의 등을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그러니까 차차는 제이가 너무 좋아서 제이를 괴롭히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차차는 제이를 무척이나 사랑해서 제이가 차차를 떠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그리하여 제이는 차차에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말캉해진 눈을 차차에게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둘은 다툴때에도 서로를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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