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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마 Jan 07. 2021

김수영 '봄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누군가 조직을 옮겼다는 얘기는 보통 일이 바뀌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간혹 조직이 조직을 옮기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일은 그대로인데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180도 달라진다. 같은 일에 다른 시각을 부여하기란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보다 어렵다. 과거의 나를 부정하는 것이고 몸에 밴 타성을 걷어내는 일이다. 일을 하는 근원적 목적을 되돌아보게 한다.

연초에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 조직을 옮겼다.


배움을 청하러 스승을 찾아 나선 귀 큰 놈 유비에게 허름한 차림의 노인은 고목을 가리킨다. 고목에서 새 싹을 틔우는 사람은 준비된 사람이다. 깊숙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사람. 스스로를 단단하게 준비하는 사람이 부럽다.

부러워하지 말자.
럽다.
부러워하지 말자.
럽다.
부러워하지 말자.
럽다.

누군가 조언한다.
자신을 입증하려 말고 생을 살아가라고.
자기 앞의 생을 살아가라고.
그렇게 고목이 되고 새 싹을 피운다.


그래도 위로가 되지 않으면 누님 알려준 김수영의 '봄밤'을 읽는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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