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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석 Jul 24. 2022

길 위에서 죽다

이순신! 불멸의 리더로 남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길을 간다. 멋진 주인공의 길을 가는 이도 있는가 하면, 개인의 욕심과 현실의 안락함을 추구하기 위해서 욕심의 길, 조연의 길을 가는 이도 있다. 핵심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는 것이다. 


노량해전에서 왜군을 무찌르고 적병이 쏜 총탄에 가슴을 맞고 쓰러져 돌아가신 장군. 죽어가면서도 싸움이 급하니 내가 죽었다는 것을 알리지 말라고 말하고 가신 장군. 어릴 때는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순신 장군 불쌍하다. 죽을 때 진짜 억울했겠다. 다 이기고 죽었으니 너무 허무하다. 살아서 잘 살았으면...’


자본주의가 극대화 되고 모든 것이 현실의 재산으로 평가받는 이 시대에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과 말을 한다. ‘왜 나만 양심 지키다가 손해 봐야 하지?’ ‘안 당하려면 나도 내 것 챙길 수 밖에 없잖아.’ ‘정의는 죽었다. 결국 욕심쟁이들이 승리하는 구나.’


우리 눈앞에 보이는 현실은 그렇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답을 찾고 싶은 우리의 마음이 대변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위대한 성현들은 우리의 마음에 불변의 양심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옳고 그름을 아는 능력을 타고 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아는 4대 성인은 이 양심의 길을 걸으신 분들이다.


이런 증거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나와 남 모두를 위해 사는 주인공을 동경한다. 그에게 공감한다. 그리고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남을 해치는 사람들은 조연이고 악역이 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악당이 승리하는 영화는 사람들 마음에 분노가 일어나게 하고 악플이 달리게 한다. 이것은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현실의 제약만 아니라면 주인공처럼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 우리 내면에 주인공 의식, 즉 양심이 있다는 증거이다.


필자의 나이가 들며 경험이 늘어나고 수 년동안 철학을 배우며 고민해 본 결과, 이순신 장군의 죽음은 인간의 길, 철학의 길, 양심의 길을 걷다가 그 길 위에서 희열을 느끼며 돌아가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심을 밝히는 인간의 길을 한 평생 걸으신 공자님이 『예기』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


길을 가다가 길 위에서 쓰러진다. 몸이 늙는 것도 잊고, 길을 가기엔 시간이 부족한 것도 모르고, 날마다 근면하게 부지런히 걸어가다가 죽어서야 끝난다. (鄕道而行, 中道而廢。忘身之老也, 不知年數之不足也, 俛焉日有孶孶, 斃而后已。” 『예기禮記 표기편』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이것을 죽음에 이르도록 그치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석가모니는 길 위에서 쓰러져 죽어가며 마지막에 눈을 감기 전까지 설법을 멈추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독약을 마시고 죽는 그 순간까지 철학을 논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예수님은 그 길이 죽음으로 가는 길임을 아시면서도 그 길을 가셨다.


이순신 장군은 자신의 직업인 군인의 길, 충성의 길에서 영원 속에 남을 업적을 남기고 힘이 다할 때까지 그 길을 걷다가 죽음에 이르렀다. 그 죽음의 순간 양심의 뿌듯함에서 오는 은은한 희열 속에서 생을 마무리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억울하셨을까? 아니 그 보다는 희열을 느끼셨을 것 같다. 어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완성감. 힘이 다해 멈추었을 뿐 다시 태어나셔도 그 길을 걸으실 것 같다.


부족하지만 닮고 싶다. 우리는 어차피 죽는다. 어느 날 죽음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위대한 영혼이 되느냐, 아니면 욕심쟁이 영혼이 되느냐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 같다. 현실의 우리는 수 많은 제약 속에서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어떤 선택이 죽는 그 순간 인생의 완성감을 줄 것인가? 


모두가 사는 길을 걸은 한 아름다운 인간의 위대한 영혼. 북유럽에서는 이런 정의로운 위대한 영혼만이 신들이 사는 세계인 “아스가르드”에 갈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소크라테스는 “올림푸스”에서 신과 철학을 논하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이순신 장군은 그런 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고 계실 것 같다.


그림 : 노량해전도. 제승당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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