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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석 Jul 24. 2022

삶을 복기하다

철저한 기록관리와 메모습관

회사생활을 하다가 보면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업무기록이나 경험을 꼼꼼하게 적어 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흘려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기록을 안 해 놓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 작은 습관의 차이에서 미래에 역량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도 한다.


어떤 분은 열심히 일하다가 중간에 느낀 좋은 사례나 경험을 간단하게 적어 놓는 습관이 들어 있는 분이 있는데 이런 분들은 나중에 책도 집필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나 강사로 오랫동안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다. 대부분의 분들은 이 작은 습관이 부족하여 나중에 자신의 분야의 책을 쓰려고 해도 사례나 아이디어 등의 재료가 부족하여 쓰기도 전에 포기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필자도 원래 성격으로는 치밀한 면이 부족하고 기록을 잘 안 하는 성격인데 스스로의 기억력의 한계도 느끼고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나 『임진장초』 등을 읽으면서 기록의 위대함을 느껴 부족하지만 기록을 해 놓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가끔 예전 기록이나 일지, 글들을 읽어 보면 ‘내가 언제 이런 글을 썼지?’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다시 쓰라고 하면 못 쓸 것 같은 글들도 많다. 그 당시의 느낌이 기억에 별로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요즘은 디지털 사회가 되어서 스마트폰이나 블로그, 에버노트, 노션 등 기록을 해 놓고 그것을 재편집하기 쉬운 시절이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이 살았던 당시는 붓으로 벼루의 먹을 찍어서 기록을 해야 하는 시절이니 기록이 참 어려울 텐데 이순신 장군은 많은 기록을 남겨 놓았다. 그 기록들을 다시 읽어 보면서 마음을 잡고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하셨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순신 장군과 허준 같은 분들이 역사에 남은 것은 좋은 성과도 있었지만 철저한 기록관리로 좋은 콘텐츠를 후세에 남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순신 장군에 관련된 자료들을 읽어 보면 기록으로 위기를 모면한 적이 기록에 나온다. 43세에 함경도 조산보 만호가 되고 녹둔도 둔전관이 되었으나 여진족의 기습을 받은 적이 있었다. 병사가 여러 명 죽고 백성들이 포로로 끌려갔는데 이것을 다시 전투를 벌여서 백성들을 되찾아 온 일이 있었다. 진 것은 진 것인데 그 당시 병사 이일의 모함을 받아 큰 벌을 받게 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데 이 때 기사회생을 하게 된 것은 상황이 좋지 않으니 병력증강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장계(보고서)를 올렸던 기록을 이순신 장군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초안과 실제 발송한 장계, 이렇게 항상 두 벌로 만들어 보관을 해 놓았던 것 같다. 증거가 명백하게 있으니 이일도 어떻게 할 수 없었고 조정에서는 그냥 백의종군 하는 정도로 처리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만약 이러한 기록이 부실했다면 이순신 장군은 큰 벌을 받고 벼슬자리에서 물러 나와서 다른 삶을 살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장군의 기록하는 습관은 임진왜란 중에도 계속 되어서 『난중일기』와 『임진장초』는 국보 76호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후세들에게 그 당시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급박한 상황에 기록을 하다 보니 초서로 흘려 써서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연구자들의 어려움이라고 한다. 배에서 현장에서 쓰다 보니 기록을 남기는 어려움이 참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도 부족하지만 클라우드서비스, 블로그, 노션(Notion), 에버노트 등에 지속적으로 자료를 관리하고 있다. 스마트폰 메인에 메모를 할 수 있는 앱을 설치해 놓고 좋은 생각, 체험, 아이디어가 있을 때 기록을 해 놓고 나중에 에버노트 등의 체계적인 정보저장소에 분류하여 저장하고, 필요시 태그도 붙여 놓는다. 중요한 분에게 받은 메일은 노션 같은 곳에 보관하고 일기장도 노션과 블로그 등에 보관하고 있다. 혹시 예전에 노트로 써 놓은 것이 있으면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서 노션 같은 곳에 분류해서 저장을 해 놓는다.


자주 보지는 않지만 나중에 한번 쭉 읽으면서 음미를 하면 '아... 이런 것은 이렇게 볼 수 있구나!'하는 개념정리에 큰 도움이 된다. 칸트는 진정한 앎은 직관(체험)과 개념이 잘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는 아래와 같은 명언을 남겼다.


"직관, 즉 체험없는 개념은 공허하며, 개념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기록을 음미하는 것이 수많은 체험들에서 공통된 개념을 도출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개념이 잘 정리된 사람은 다시 그 체험을 재현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도 자신의 기록을 꾸준히 음미하면서 스스로 복기하면서 중요한 개념들을 정리하여 활용하였을 것이다.


여러분이 진정한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면 온.오프라인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기록저장소를 반드시 마련해 둘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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