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서는정숙해야한다지만,제직장생활은우당탕탕인걸요

12화_자라지 못한 아이와 보살펴주는 어른

by 파노






어리석은 사람은 남의 단점만 보고 자신의 단점은 볼 줄 모르며,
자신의 장점만 보고 남의 장점은 볼 줄 모른다.






모처럼 한가로운 한 낮. 숙소 청소를 마치고 사무실로 건너가기 전 반드시 지나가게 되는 미륵전. 8월 더위에 선풍기가 있는 사무실로 얼른 건너가고 싶으면서도, 걸음은 어쩐지 미륵전으로 향한다.

미륵 부처님께 삼배하고 둘러보니 그새 바닥에 먼지가 쌓여 있다. 법당청소는 으레 법당 보살님께서 해주시거나, 종종 자원봉사로 신도님들께서 해주시는데, 공백이 생기면 자연스레 빗자루를 들고 슥삭슥삭 바닥을 닦고, 걸레를 깨끗이 빨아 말끔하게 닦아 낸다.

한참을 땀 흘리며 법당을 닦고 있는데, 법당을 찾은 한 보살님이 나를 보며 말씀 하셨다.


"아이구, 여기를 혼자 청소 하고 있던 거야? 팀장님은 하는 것 보면 참 어른스럽다니까."


법당 청소를 했을뿐인데, 칭찬에 머쓱해진 나는 쑥스럽게 웃어보이고 청소를 마무리했다.

어른스럽다라.

그 말을 들은 마지막 기억이 떠올라 입맛이 씁쓸해졌다. 이유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할때 상사에게서 자주 들었던 말이기 때문이었다.


"실장님이 더 어른스러우니까, 좀 이해해~"


나보다 다섯살이나 더 많던, 날 괴롭히던 남자직원을 내가 더 어른스럽다는 이유로 이해해달라던 말. 우우, 말인지 방귀인지 모를 말을 듣고 먼저 떠오른건, 아닌데요? 저도 땡깡 부릴 수 있거든요? 하는 것이었다. 이런 내가 정말 어른스럽다고? 어렵다 어려워. 어른스럽다는건 뭘까?




어른스럽다고요?
.... 근데, 저 어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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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공양주 보살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무슨일 있으세요, 여쭤보았더니,


"막재 끝나고 내려온 과일을 나눠 주었는데, 박 처사님이 자기만 파인애플 안 넣어줬다고 토라졌더라고. 어휴, 참 애야, 애."


내가 만나온 박처사님은 늘 솔선수범하시고, 너그러운 분이셨는데, 그런 모습이 있었다고? 문득 어제 들었던 보살님의 칭찬과 공양주 보살님의 이야기가 얽히며, 머리에 불이 탁, 하고 켜진다.





아, 어른이 되어도, 내면 어딘가엔 아직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가 있는거구나!




사람에게는 많은 내면의 모습이 있고,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었을때 함께 성장한 성숙한 내면이 있는 반면, 자라지 못하고 어린아이로 남은 내면도 존재하는 것이다.


내면의 모든 것이 전부 어른인 사람이야말로 부처님이 아닐까?

하지만 부처가 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니, 주변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은 어른의 내면과 함께 어린아이의 내면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일테다. 물론 그 범주 안에는 나도 포함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를 서운하게 했던 어느 보살님의 마음도, 어쩐지 밉게만 보이던 거사님의 행동도 그저 아직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의 모습이구나, 하니 전보다 수월한 마음으로 이해 할 수 있게 된다.


어린아이는 못된 마음으로 남을 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아직 배우지 못하고 어리숙할 뿐이다. 그러니 누군가에게서 아직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발견한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르쳐 주면 되는 일이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가꾸어 나가는 것. 모두의 어른스러운 마음으로 말이다.







사찰에서는 정숙해야 한다지만, 제 직장 생활은 우당탕탕 인걸요. _ 계속

생생한 우당탕탕의 근무일지가 보고싶다면, 인스타그램 @woodangtangtang_te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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