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친구의 마음에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과 스님의 말씀이 충돌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예전 스님에게 들었던 대로 조언해 준다.
"법우님, 그럴 때는 세상에 널리 베풀 수 있도록 부자가 되게 도와주세요,라고 발원해 보세요."라고 하자, 중학생 친구가 깨달은 듯 아, 탄성을 내뱉더니 바로 삼배를 올린다. 나는 농담 섞인 어조로 한마디 덧붙인다.
"부자 되면 정말 꼭 널리 베푸셔야 해요."
"당연하죠."
아이가 씩 웃더니 법당을 나서며 말한다.
"근데 빌고 싶은 소원이 너무 많아요."
나는 중학생 친구가 나간 법당에 홀로 남아 정리를 하며 생각했다. 간절한 소원 하나. 내가 그리 말했지만, 막상 내가 생각하기에도 어려운 문제였다.
그때그때마다 바라는 바가 다르기도 하고, 평상시에도 얻고 싶은 것은 소원은 너무 많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부처님께 발원했다가는 그야말로 욕심쟁이일 것이다.
걸레질을 멈추고, 온전히 생각에 빠져버렸다. 하나만 빌 수 있는 간절한 소원 하나. 나는 무엇을 빌까.
역시 하나만 꼽자면, 그것은 건강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저희 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라고 빌어야겠다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눈에 밟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만큼 절친한 내 사람들. 그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은?
그럼 이렇게 수정하자. 가족과 제 친구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 옳지, 이거다. 나는 조금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다시 걸레질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곧 마음속에, '가족'과 '친구'면 소원이 하나가 아니고 둘 아닌가? 하나의 간절한 소망을 빌어야 하는데, 두 개면 안되지.
다시 고민에 쌓였다. 그러자 번뜩 해답이 생각났다. '제가 아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 이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재빠른 꿩처럼 생각 하나가 나를 덮쳤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 그럼,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마음에 턱이 탁, 하고 걸렸다. 나를 힘들고 괴롭게 했던 사람은? 그들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나? 무어라 대답도 하기 전에 이번엔 맹렬한 매 가 덮치듯 머리를 울렸다.
'내가 누군가의 불행을 바랄 정도의 나쁜 마음을 가질 수 있나.'
소름이 쭈뼛섰다. 아무리 그들을 안 좋아한다고 한들, 불행을 바랄 정도는 아니다. 설령 그렇다 해도 그들의 불행까지 바라고 싶지 않다. 나는 그런 못된 마음을 품고 살고 싶지 않다.
간절한 소원하나를 생각해 보려던 것인데, 나는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응어리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마음 저 깊은 곳에서 그들이 용서되었다는 것도.
나는 홀가분해졌다. 비로소 나의 간절한 소원 하나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