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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노 Oct 06. 2024

사찰에서는정숙해야한다지만,제직장생활은우당탕탕인걸요

7화_ 고기반찬, 고기반찬, 고기반찬이 나는 좋아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사찰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걱정거리 중, 간과할 수 없던 한 가지는 바로 점심밥이었다. 직장인들에게 점심밥은 어떤 의미인가. 그저 밥시간이 되어 허기를 채우는 것뿐인가. 아니다. 직장인들의 점심밥이라는 건 남은 하루의 컨디션을 좌우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찰에서 일하게 되면, 메뉴를 고르는 즐거운 고민은 할 수 없게 된다. 고기 없는 나물 반찬에 절밥은 맛이 없다고들 한다. 제육볶음, 다음 날은 불고기, 하루는 햄버거 혹은 돈가스와 같은 루틴을 갖고 있는 나에게 절밥이란?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그것을 내가 견딜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인 것이다.

벗은 내게 핫바라도 몇 개 몰래 챙겨 다니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사찰에 다니기로 마음먹은 이상, 제대로 해내보고 싶었다.

 까짓 거 좋게 생각해 보자. 건강한 식사로 몸도 좋아지고, 다이어트까지 된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나물 반찬이면,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 비빔밥을 해 먹어도 좋을 일이다. 거기에 혹시, 계란프라이 하나 올릴 수 있다면.


고개를 세차게 젓는다. 사찰에서 계란 프라이라니.
미련이 남은 마음은 계란 프라이를 붙잡지만, 과감히 놓아본다.
배고플 땐 언제나 한 두 알 해 먹던 게 욕심이 되다니,
사소하지만 몰랐던 가벼운 행복들이 얼마나 많았던 것일까.








큰스님께 두 번 절하고 멘탈이 헌 종이처럼 된 내가 사무실에서 앞으로의 일에 대한 교육책자를 들춰보는 중에 공양간에서 점심 공양 시간을 알리는 목탁소리가 울렸다.

 발우에 반찬들, 스님은 죽비를 들고 서 계시려나, 했던 내 앞에는 평범한 한 상이 차려져 있었다. 아차차, 절밥은 다 발우 공양인 줄 알았던 무지 탓이다. 상에는 나물 반찬과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상추, 고추, 손두부가 올라와 있었고, 오신채를 삼가는 스님의 공양은 한쪽 식탁에 따로 마련되었다.

나누는 보시가 몸에 밴 절 문화 덕에 밥은 또 고봉밥이다. 두부, 고추, 상추에 저 밥을 다 먹을 수 있으려나. 첫날부터 밥을 덜거나 남기면 예의가 아닐 텐데 하며 혼자 속으로 엄청난 고민에 쌓여 있을 때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아 ㅁㅔㄴ...'


으악! 나는 기독교 신자도 아닌 것을! 째서 아멘이 튀어나왔을까! 입 밖으로 내었다면 어땠을지 아찔하다.

난데없이 아멘이 튀어나올 뻔한 까닭은 아마도 '식전기도'라는 것이 익숙해서 일 것이다.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텔레비전 매체에서도 식전기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으니까.

공양주 보살님이 공양 전 읊는 기도를 공양게라고 알려주셨다. 불교에서도 밥 먹기 전 기도를 하는구나. 나는 정말 아는 것이 없었다. 조금 더 설명이 듣고 싶어졌다.


"단순히 밥 맛있게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음식들이 밥상에 올라오기까지 거친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자연에 대한 감사함에 대한 기도지."


공양주 보살님의 설명을 듣자, 공양게의 첫 구절이 되짚어졌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그렇다. 이 밥 한 공기를 위해 농부는 계절 내 땀 흘리며 농사를 짓고, 고추 하나를 먹기 위해 밭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어야 하며, 그것을 키워내기에 햇볕과 바람과 비가 필요한 것이다. 이 한 상은 누군가의 노력과 자연의 베풂으로 만들어진 상인 것이다. 그렇게 귀하게 차려진 공양을 먹은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것을 먹고 힘을 내어 또 다른 이에게 내 노력이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공양게의 남은 구절을 뜻하리라.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


계란프라이를 찾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물론 먹을 수 있다면 맛이야 있겠지만, 공양게의 구절 따라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밥 한 술을 크게 떠 된장에 고추를 푹 찍어 먹었다.





직접 담갔다는 된장도, 제피를 넣어 만든 약간장도 아주 맛있었다. 고봉밥 한 그릇 순삭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가끔 싱싱한 상추에 잘 구운 삼겹살 한 점 올리는 상상을 하곤하지만, 사람이 어찌 한번에 욕심을 비울 수 있겠는가. 욕심을 단번에 버리겠노라하는 것도 욕심 아닐까. 절밥의 맛을 알았다는 한 걸음이 의미 있는 것일테지.

절밥은 맛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곳에 데려와 공양게를 알려주고 꼭 함께 공양하고 싶다. 공양게의 참 뜻을 알게 되면, 마법처럼 모든 음식이 맛있어질테니까.






**

그외 음식들


울외장아찌와 다시마와 무로 육수를 낸 버섯애호박국수


직접 재배한 단호박과 찰옥수수


인삼 부침개


                        직접 빚은 새알                                                               
            새알 넣은 팥죽                   



 




사찰에서는 정숙해야 한다지만, 제 직장 생활은 우당탕탕 인걸요. _ 계속

생생한 우당탕탕의 근무일지가 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woodangtangtang_te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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