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노 Sep 01. 2024

사찰에서는 정숙해야 한다지만,제직장생활은 우당탕탕인걸요

6화_예전엔 매니저님, 지금은? 보살님!

부처님은 말씀하셨지.
금생에 행복하려면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보살님."


잠시 뒤 목소리가 또 부른다.


"보살님?"

"... 에? 저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깜짝 놀랐다. 스님이 부르는 보살이 나를 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제껏 매니저님, 실장님, 팀장님, 많은 호칭을 들어 봤지만, 보살님이란 호칭이라니! 낯설어도 너무 낯설다.


"보살님, 부처님이 말한 금생의 행복을 위한 조건이 뭔 지 알고 있나요?"

"음 아니요."

"뭐라고 생각하나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럴듯한 답변을 생각해 냈다.


"마음의 안정 아닐까요? 돈이 많아도 마음이 불안정하면 행복하지 않으니까요."


스님은 빙긋 웃으며 답하셨다.


"부처님께서는 금생의 행복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공부하라 하셨지요."

"예?"


 부처님이 그런 말씀을?  이렇게나 피부에 와닿는 현실 조언을 해주시다니. 훌륭한 인생 선배 아닌가.


"자기에게 맞는 기술과 공부를 익혀서 세상에 기여를 하고 이윤을 창출하여 행복하게 사는 것이 금생의 행복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완성이 되지 않지요. 그것을 기반으로 도덕적으로 건전하고, 이웃에 봉사하는 삶을 살게 될 때 비로소 금생의 행복을 얻게 됩니다."


사실 조금은 세계의 평화 같은 것을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의 습득이라니.

 나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부처님의 말씀은 내 인생 어느 면과 닿아 있는 점이 있었다. 바로 직업을 택할 때의 기준이다.







나는 직업을 선택할 때 근로조건이나 연봉도 중요 순위로 확인하지만, 그것과 비등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내가 이 직업을 택함으로써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나의 직업은 카페 직원이었다. 이때 머신을 다루는 방법과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기술, 그 외 제조법이나 관리, 청소법을 배우게 되었고, 이 기술이 이십 대 후반까지 나를 먹여 살렸다.


 그 후 나는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얻고자 하는 것은 돈이 아닌 특별한 경험이었다. 급여가 적더라도 내게 도움 될만한 특별한 경험이다 싶으면 일을 나갔다. 글을 쓰는 나에게 경험이라는 자본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그렇게 나는 대기업 물류센터 야간조, 영화 보조출연, 심지어 손 인형극단에 들어가 전남을 돌며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 덕분에 나는 물류센터 바코드 단말기를 다룰 줄 알고, 영화 동선을 파악할 줄 알며, 손 인형극을 할 때 인형의 각도가 어떻게 되어야 어린 친구들에게 잘 보일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 모든것이 급여 외 내가 부가적으로 얻은 경험과 기술인 것이다.


누구는 그것이 무슨 기술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저 일을 해야 하니 배워야 하는 것뿐이라고.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은가. 이 기술이 언제 또 나를 도와주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여기 지금 위급 상황인데, 혹시 손 인형극 할 줄 아시는 분 계신가요?"
"저요! 제가 예전에 손인형극을 해봤습니다!"
... 물론 손인형극이 필요한 위급상황이 생길일은 없겠지만.
단언할 순 없는 일.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지 않은가.

   




"그래서 말인데, 보살님."

"예, 스님!"


나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스님을 보았다.


"혹시 문에 창호지 발라보신 적 있으세요?"

"... 예?"


나는 스님의 빌드업에 놀라워 하며 이렇게 문에 창호지 바르기라는 또하나의 스킬을 습득하였다.






사찰에서는 정숙해야 한다지만, 제 직장 생활은 우당탕탕 인걸요. _ 계속

생생한 우당탕탕의 근무일지가 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woodangtangtang_templ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