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_ 부처님, 부처님. 제 소원은요~
삼배의 마지막때 하는 고두례는 부처님께 발원 하는 시간이다.
부처님이 정말 내 소원을 들어주실까?
....그런데, 부처님이 왜?
가끔 궁금해지곤 한다. 그때의 간절한 내 발원을 정말 미륵 부처님이 들어주셨던 것일까하고.
하지만 곰곰이 따지면, 부처님이 왜 소원을 들어주시나 싶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부처님은 "소원을 이루게 해주시는 분"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번뇌를 없애달라 발원한 내 소원은 누가 들어준 걸까?
오랜 생각 끝에, 나는 한가지 깨달았다. 말장난 같지만, 소원을 들어(listen)주신 분은 부처님이시고, 그것을 이루게 한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목표를 입 밖으로 꺼낼 때, 그것을 이룰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내용의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나는 미륵 부처님께 발원함으로써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었고, 내 마음이 바라는 바로 향할 수 있도록 행동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돌고 돌아, 그날 미륵 부처님께 발원하지 않았다면, 내 자신은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따지자면 종국에 소원을 이루게 해준건 미륵 부처님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찰에 온 사람들에게 나는 항상 미륵부처님을 소개한다. 내가 이곳에 지원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번뇌를 없애준 그 시무외여원인을 하고 계신 미륵부처님이다.
"여기 계신 부처님이 취하고 계신 수인이 두려워하지 말라,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도와주겠다는 뜻이에요. 오신 김에 꼭 삼배하고 간절한 소원 하나 발원해 보세요.".
미륵 부처님이 지니처럼 소원을 들어줄거라고 생각해서 권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사찰을 찾은 법우님들이 살면서 한번쯤 자신의 몸을 한껏 웅크리고 앉아, 자기 마음의 소리를 차분히 들어볼 시간을 갖는 것 만으로도 그 역할은 충분하지 않을까. 거기에 소원까지 이룬다면야, 금상첨화일것이고.
어느 날, 중학생 친구가 절을 하려다 말고 묻는다.
"근데 부처님한테 부자 되게 해달라고 빌어도 돼요? 아까 스님이 욕심을 버리라고 하셨는데."
중학생 친구의 마음에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과 스님의 말씀이 충돌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키득키득 웃으며 스님에게 들었던 대로 조언해 준다.
"법우님, 그럴 때는 세상에 널리 베풀 수 있도록 부자가 되게 도와주세요,라고 발원해 보세요."
조언을 들은 학생이 깨달은 듯 아, 탄성을 내뱉더니 바로 삼배를 올린다. 나는 농담 섞인 어조로 한마디 덧붙인다.
"부자 되면 꼭 널리 베푸셔야 해요?"
"당연하죠."
아이가 씩 웃더니 법당을 나서며 말한다.
"근데 그거 말고도 빌고 싶은 소원이 너무 많아요."
비우는 것이 아직은 어려운 중생이라, 바라는 것이 너무 많아요, 부처님.
나는 빈 법당에 홀로 남아 정리를 하며 생각했다. 얻고 싶은 것은 소원은 너무 많다. 하지만 모든 것을 부처님께 발원했다가는 그냥 욕심쟁이가 될 뿐이다.
걸레질을 멈추고, 온전히 생각에 빠져버렸다. 하나만 빌 수 있는 간절한 소원 하나라면 나는 무엇을 빌어야할까.
역시 하나만 꼽자면, 그것은 건강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저희 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라고 빌어야겠다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눈에 밟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만큼 절친한 내 사람들. 그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은?
그럼 이렇게 수정하자. 가족과 제 친구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 옳지, 이거다. 나는 조금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다시 걸레질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곧 마음속에, '가족'과 '친구'면 소원이 하나가 아니고 둘 아닌가? 하나의 간절한 소망을 빌어야 하는데, 두 개면 안되지.
다시 고민에 쌓였다. 그러자 번뜩 해답이 생각났다. '제가 아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 이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재빠른 꿩처럼 생각 하나가 나를 덮쳤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 그럼,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마음에 턱이 탁, 하고 걸렸다. 나를 힘들고 괴롭게 했던 사람은? 그들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나?
하지만 무어라 대답도 하기 전에 이번엔 맹렬한 매가 덮치듯 머리를 울렸다.
'잠깐.... 내가 누군가의 불행을 바랄 정도의 나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나? 그렇게 못난 사람이야?'
소름이 쭈뼛섰다. 아무리 그들을 안 좋아한다고 한들, 불행을 바랄 정도는 아니다. 그들이 불행하기를 바라고 싶지 않다. 나는 그런 못되고 무서운 마음을 품고 살고 싶지 않았다.
간절한 소원 하나를 생각해 보려던 것인데, 나는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응어리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행복과 불행에 대해 떠올리며 내 마음 저 깊은 곳에서 그들이 용서되었다는 것도.
그들의 용서하는 것은 나 자신을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드는 일이었음으로.
나는 정말 깃털같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제 부처님께 발원한다. 부디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게 해주세요라고.
사찰에서는 정숙해야 한다지만, 제 직장 생활은 우당탕탕 인걸요. _ 계속
생생한 우당탕탕의 근무일지가 보고싶다면, 인스타그램 @woodangtangtang_tem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