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얻고 또 뭘 얻었더라
정말이지 백신이 너무 맞고 싶었다. 서울은 매일 뉴스 보는 게 무서울 만큼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저께 업무차 강남역 근처를 갔다가 임시 선별 소에 줄이 어마어마한 걸 보고 소름이 돋았다. (너무 무서워서) 아이의 학교는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학교가 올 스톱되고, 남편의 지인들에게 하나 둘 확진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조급하다. 그러나 내가 공식적으로 백신을 맞으려면 아직 너무 멀었으므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잔여백신 예약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도전 후 맞기까지 8일 정도 걸렸다. 잔여백신이 잘 나오지 않는 데다가, 나와도 눈 깜짝할 새 사라진다.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나는 인터넷에서 잔여백신 성공기를 스무 개 정도 정독했는데, 성공기들의 공통점은 아이폰 사용자는 네이버 예약이 훨씬 낫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2-3일 정도 내 주변 병원들의 잔여백신 알림 시간이 언제인지 대략적으로 체크했다. 그리고 그 시간들 전후로 열심히 눌렀다. 알림이 뜨고 누르면 이미 늦은 것이다. 뜨기 전에, 뜬다는 전제하에 생각이란 걸 하지 않고 그냥 눌러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나는 예약을 할 수 있었다.
화이자는 생각보다 양이 적었다. 얼핏 보기에 3cc 정도로 보였다. 그래서 주사가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접종이 끝났다. 접종이 끝나니 접종 안내문과 15분 타이머를 주셨다.
접종 후, COOV 앱을 설치하면, 예방접종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두 시간 정도가 지나고 나니 접종한 쪽 팔이 굉장히 아팠다. 나는 겁이 조금 났지만, 이럴 때일수록 잘 챙겨 먹어야 한다기에 일단 내가 좋아하는 닭갈비와 순대볶음을 시켜 먹으며 쉬었다. (접종과 이 음식들은 서로 무슨 연관이 있는가) 아, 맥주는 남편 것이다.
백신 접종을 핑계로 저녁 운동도 하지 않고 배부른 상태로 배나 통통 두드리며 일찍 잤다.
그리고 자기 전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잔 탓인지 아침엔 꽤 상쾌하게 일어났다.
여하튼 어제 안 아팠으니 오늘 아플 것을 대비해서 입맛 없기 전에 엽떡을 시켜먹고 후식으로 요즘 유행하는 우유 크림 도넛을 주문해 먹었다.
무리하지 말고 쉬라길래 오전 운동도 쉬고 그냥 누워있었다.
잠깐 잠이 들었다 일어났다. 팔이 너무 아픈 것 빼고는 멀쩡하다. 오늘 밤에 아플 예정인가 보다. 그러니 아프기 전에 먹어야겠다. 그래서 저녁으로 내가 좋아하는 치킨을 주문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팔 아픈 것도 조금 좋아져 있었다.
나는 감사하게도 백신을 일찍 맞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그 백신을 핑계로 너무 먹고 쉬어서 이틀 만에 체중이 2킬로가 찌는 기적도 맞이하게 되었다.
흠……
남편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 이틀 동안 얼마나 먹는 거니, 너”
왜, 뭐.. 같이 먹어놓고.
여하튼 이제 안 아플 것 같으니, 오늘부터 다시 운동과 소식을 해야겠다. 화이자야 고마웠어. 널 핑계로 참 많이도 먹었다 :)
모두가 얼른 백신을 맞고, 코로나에 승리하는 그날까지, 파이팅!!
(+ 오늘 오전 남편 것도 성공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