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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빛 May 09. 2023

열한 번째 어버이날

나의 사랑, 나의 세상, 나의 우주인 나의 딸


아이가 4학년이 되면서 올 초부터 용돈을 주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3천 원. 많다면 많고 작다면 적은 금액이다. 아이는 뛸 듯이 기뻐하며 용돈기입장을 썼다.

주로 용돈을 팬시 문구류에 쓴다. 예쁜 캐릭터 노트나 스티커, 볼펜등을 그렇게 좋아한다. 어렸을 때 내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아이는 키우면 키울수록 신기하다.

그런 아이가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다 있다는 그곳에서 카네이션 배지 두 개를 사 왔다.

나는 웃음이 났다.


옷핀을 어떻게 꽂아야 할지 몰라 아이의 손이 분주했다. 자칫해서 엄마의, 아빠의 가슴을 옷핀으로 찌를 것 같다고.

삐뚤어지게 옷에 꽂아 준 카네이션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참 귀엽고 고마운 마음이다.


“엄마 아빠, 참… 말로 하기는 부끄럽지만.. 늘 감사합니다.”


아이는 설날인 것처럼 넙죽 엎드려 절을 했다. 아이의 두 뺨이 붉어졌다. 부끄러운가 보다. 나는 또 웃음이 났다.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웃게 해주는 존재이니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그걸 모르는구나 너는. 너는 사실 존재 자체가 내게는 효도란다.




내가 아이를 키우고 어버이날을 맞이하니 어버이날이라는 날이 새롭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부모님께 감사하는 날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살짝 다르다.


낳고 길러준 부모님께 감사해야 하는 날은 맞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로서의 나 자신을 뒤돌아 보는 날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얼마나 부모로써 책임과 최선을 다 했냐는 것이다.

사실 내 아이는 본인의 선택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저 부모의 사랑의 결실로 뱃속에서 잉태되고 태어나진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부모의, 나의 책임이 중요한 것이다. 이 아이를 세상에 나오게 했으니 말이다.


요즘 살기 팍팍하다고들 이야기한다. 고물가에 학생들의 경우 공부 스트레스, 취업문제에 미세먼지, 너무 비싼 집값 탓에 미뤄지는 결혼과 독립 문제. 심해지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 그래서 예전보다 숨이 턱 막히기도 하다.


나는 늘 살펴본다. 물론 아이는 초등학생이긴 하지만, 11살의 인생과 40살의 인생의 무게는 결국 서로 다를 바가 없다. 그 나이 때의 고민은 다 있을 것이기에. 그래서 나는 아이의 현재 삶이 힘들거나 지치지는 않는지, 고민은 무엇인지 늘 곁눈질로 살핀다. 아이가 가끔 지친다고 이야기할 때면 뭘 도와줘야 할지 고민한다. 나의 최종 목표는 이 아이를,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키워서 독립시키는 것이다. 사회에 상처받지 않고 씩씩하게 살 수 있도록.


그래서 어버이날은 부모에 대한 무조건 적인 효도와 감사의 날이라기보다는, 부모로서의 “나”를 돌아보고, 잘 커준 아이에게 감사하는 날이기도 하다.


나와 남편을 너의 부모가 되게 해 줘서 고마워.

태어나줘서 고마워.

부족한 것도 많았을 텐데 그럼에도 예쁘고 씩씩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아이를 안아주며 말했다.


잘 자라주어 고맙다.

그리고 자라느라 고생했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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