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영원히 오해하기로 했다

이별을 지나 홀로 잘 존재하는 사람이 되기까지

by 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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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베스트 순위에 있어서 처음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재차 붙잡은 건 제목이었다.


"나는 너를 영원히 오해하기로 했다."


묘하게 오래 남는 문장이었다.
이 개정판은 사랑으로 얽힌 모든 관계의 중심, 결국 ‘나’에게 주목하는 책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스무 살을 지나 30대를 바라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혼자서도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상대방을 이해하려 애썼던 만큼, 이제는 나 자신에게도 마음을 쏟고 싶다고.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며 어떤 형태로든 이별을 경험한다.
이 책이 그 이별 앞에서 조금의 위로가 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이 되기를 바란다.

어떤 관계 속에서도 나 자신을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의 문장들이 분명 깊이 와닿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이 책에서 하이라이트했던 다섯 문장을 소개해본다.


사랑은 우리가 가진 결핍 사이사이에 존재했다.
결핍을 메우고, 마음 한구석의 알 수 없는 구멍을 채워주는 게 사랑이었다.
어떤 날엔 네가 느끼는 슬픔을 알고 싶어 네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럴 때면 왜 사람은 하나의 영혼밖에 가질 수 없는 것인지 원망스러웠다.
사랑을 하면 할수록 스스로를 잃어갔다.
나의 결핍을 드러내고, 너의 불안을 공유하고, 치부를 들키고,
서로의 밑바닥을 보여주고.
그런 것들로 연결된 우리 사이의 공기 밀도는 점점 더 짙어졌다.
두 개의 삶이 하나의 삶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를 독점하길 즐겼고 지나간 계절에는 함께 슬퍼했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면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

너무 사랑하다 보면 본연의 나를 조금씩 잃게 되고,
어느새 상대가 나의 전부가 되기를 바라게 된다.
결핍을 채워주는 이름으로 시작된 사랑이 어느 순간 나를 지워버리는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는 걸 이 문장은 조용히 보여준다.


"아무리 강렬한 사랑의 설렘도 처음처럼 유지될 수는 없었다.
영화 속 중년 여인이 “모든 새로운 것은 낡은 것이 돼”라고
말했던 것처럼 새로운 관계도 결국 낡아진다.
인간이 성장기를 거쳐 노화의 단계를 지나는 것처럼
모든 관계 또한 시간에 따라 모양새가 변하고,
거리가 느슨해지고, 얼룩이 생긴다.
그렇게 낡은 관계는 때로는 근사한 빈티지가 되지만, 자연스레 소멸하기도 한다.


나는 매번 영원한 관계를 기대했다.
하지만 영원한 관계는 없다는 걸 이제는 조금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이 시간을 함께하는 ‘시절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결국 남아 있는 사람도 보일 거라고 믿는다.


끝이 뻔히 보이는 관계에 위태롭게 발붙이고 있었던 것은,
미처 소진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마음 때문이었다.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는 공포를 끝내기 위해서는 헤어지는 방법밖에는 없다.
헤어짐이 유일하게 남은 희망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누군가가 관계의 끝에 대한 답을 묻는다면 사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끊어지고 있는 동아줄을 아찔하게 붙잡고 있는 시간이 오히려 더 오래 아프게 만들지도 모른다.


나 역시 다툼이 두려워 불만을 삭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불만을 표현하지 않았던 관계에서는
아쉽게도 서로를 맞춰볼 기회가 없었다.
참기보다는 내가 느끼는 불만을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결국 다툼으로 이어진다 해도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두 세계가 융화되기 위해 우리는 더 솔직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더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두려워 말고 다퉈야 한다.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만났는데 어떻게 늘 좋기만 할 수 있을까.

나 역시 싸우기보다는 참고 넘기는 쪽이었다.
속으로 상대의 감점 요소를 차곡차곡 쌓아두면서.

지금 눈앞의 사람과 맞춰볼 기회를 흘려보낸다면 어쩌면 누군가와 맞춰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홀로 잘 존재할수록, 나를 살필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시 누군가와 함께하게 되더라도
내 생활의 균형을 잘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품어본다.
언제 어디서 사랑이라는 우연이 나를 덮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의 안정감을 온전히 즐기며 지낼 것이다.


홀로 잘 존재하는 사람이 될수록 다시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나를 잃지 않을 수 있겠지.

사랑이라는 우연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지만, 그 전까지는 지금의 나를 온전히 즐기고 싶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누구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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