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지원한 회사 2편
내가 보고 들었던 회사의 대표는 대부분 회사가 손해보는 일은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재정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일하면 일할수록 직원들을 대우해 주는 대표님 모습에 놀랐다.
몸이 좋지 않아 보이면 병원에 다녀오실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고,
알러지가 있는 직원을 위해 공기청정기도 가져오시고,
계약을 따냈다며 모든 직원에게 상여금을 주시기도 하셨다.
점심 메뉴도 항상 직원들이 원하는 메뉴를 먼저 물어봐 주시고,
생일, 명절도 챙겨주시면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산책 한번 다녀오라고 먼저 권해주셨다.
그런 대표님의 모습에 나는 조금이라도 회사에 도움이 되는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장점만 가득한 회사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런 근무 환경이라면 충분히 계속 일할만 하다고 생각했다.
적은 인원으로 회사를 꾸려나가기 위해선 직원들도 최정예 멤버를 뽑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 생각은 그만둘 때까지 변함이 없었다.
나의 선임님은 내가 마무리한 일을 확인하고는 항상 나에게 무언가 물었다.
처음엔 속으로 '도대체 왜 나한테 물어보지? 나보다 더 잘 알면서...'라고 생각했다.
이 직장에 와서 다 처음 배우고 듣는 거다 보니, 나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선임님의 질문이 계속 되다보니, 나도 확신있게 대답하고 싶었다.
혹시 선임님이 오늘은 무슨 질문을 할까 고민하다 보니 예상 대답도 미리 고민하고 찾아보게 됐다.
나에게 알려줄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니, 나 혼자 터득할 수 있도록 끌어낸 게 아닌가 싶다.
신재생, RE100 이런 전문적인 용어들은 내가 잘 모를 수 있다.
개인 회사에서 일한 경험은 처음이다 보니, 처음 듣게 되는 용어들이 있었다.
그런 낯선 용어들을 넣어 일을 부탁하셨을 때, 내가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사소한 거 하나라도 나에게 맡기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도 하셨다.
기본적인 회사 일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요즘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환경에 관련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제로에너지 인증제, 분산법, 재생에너지 시장 등
이 곳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이런 걸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싶다.
역시 미리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험해보길 잘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