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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May 04. 2024

기억 속, 그리운 누군가가 있나요?

'하늘나라 가서도 편안하게 못 있게 아빠 미워하고 원망해서 미안해.'

'너를 만났다'라고 시즌4까지 제작된 프로그램이 있었다.

휴먼 다큐멘터리로, 기술의 힘을 빌려 하늘나라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는 게 주내용이다.

나는 우연히 방송 내용을 글로 적은 책을 읽게 되었는데,

떠난 아빠를 10년 넘게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하던 나에게 딱 맞는 책이었다.


시즌2에는 병으로 아내를 떠나보낸 김정수씨의 가족 이야기가 나온다.


종빈이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힘들 때만 엄마를 찾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고 말한 바 있었다.


-정현덕 칼럼니스트의 인용된 글에서 발췌


책에는 이렇게 해당 방송에 대한 칼럼을 써준 정현덕 칼럼니스트의 인용된 글이 나오는데,

이 한마디가 나를 아프게 쿡쿡 찔렀다.


생각해 보면 나는 안 좋은 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만 아빠를 원망했다.

좋은 일에는 아빠와 나눌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에게만 한없이 관대했던 내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내가 만약 아픈 아빠에게 먼저 조금 더 살갑게 다가갔더라면...?'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던 아빠에게 조금만 더 다정한 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모님께 있을 때 잘하란 말, 우스갯소리로 넘기는 게 아니라 항상 마음속에 새길걸.

그런 생각과 함께 해당 다큐처럼이라도 아빠를 만나서 꼭 사과하고 싶었다.


'항상 항암치료로 힘들어서 찡그린 얼굴만 하고 있었다고 엄마가 아빠의 마지막은 편안해 보여서 다행이라고 했었는데. 하늘나라 가서도 편안하게 못 있게 아빠 미워하고 원망해서 미안해.'




 

아빠가 장례를 마치고 나는 학교로 돌아왔다.

돌아온 첫날, 같은 학년 친구들이 모두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씩 나를 안아주는데, 나는 이걸 온전히 위로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마 나부터 이미 내 자신을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의 위로가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눈물이 차올랐지만 꾹 참았다.


복도를 지나가는데 한 친구가 눈에 띄었다.

얼굴만 아는 인사조차도 서로 안 하던 사이였는데, 여전히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양손을 벌리고는 물었다.

"나 좀 안아줄래?"


그 친구는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안아줬고, 이상하게 그 순간만큼은 슬픔이 씻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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