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를 보여주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따뜻함을 나눠주는 사람입니다.
나는 지인들이나 직장 동료에게 서프라이즈로 작은 카드와 함께 선물 주는 걸 좋아한다. 내가 주는 감동이 받는 상대방에게 남다른 하루를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무언갈 주지는 않아도 내 말 한마디 또는 행동 하나에 상대방은 좋은 하루를 보낼 수도, 나쁜 하루를 보낼 수도 있어서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는 데 익숙하다. 상대방의 얼굴을 모르는 전화상에서도.
나는 홈쇼핑 콜센터 교육을 받아보기도 했고, 선거 후보 관련해서 딱 하루 콜센터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전화상으로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실수 없이, 상한 감정 없이 도와줘야 하는데 난 그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금방 그만두거나 정직원이 되기 전에 금방 그만두었지만, 회사 내에서 이뤄지는 전화 업무량이 많다고 해서 그만두지는 않았다. 코로나 역학조사원으로 일했을 때는 최대한 환자들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고 우울함을 덜어주고 싶었다.
연로하신 부모님 세대의 환자분들은 혹시나 본인이 크게 아파 자식들에게 폐를 끼칠까 빨리 죽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병명도 처음 들어보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부모님은 응급실과 병원에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셨다. 어차피 한 번은 해야 하는 통화이니, 나의 말 한마디에 상대방의 하루가 바뀔 수 있기를 바랐다.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행동 하나에 용기를 얻어 삶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현재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업무량이 많다. 내가 진행하는 사업에 관련해서 기업 담당자들의 문의 전화가 온다. 선정되는 기업에게는 혜택이 있기 때문에 기업 담당자들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새로 배정된 담당자들은 계속해서 문의 전화를 한다. 나는 이 사업 관련해 문의 전화 응대와 서류 검토만 하지만, 기업 담당자님들은 이 서류 준비만 하지는 않을테니 많은 문의 전화에도 이해할 수 있다.
기업 정보를 말하지 않았음에도 목소리만 듣고도 누구인지 알아맞힐 수 있는 담당자님이 계신다. 혹시나 잘못 준비 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불안해 하시는 것 같았다.
"혹시 저에게 문의 전화 자주 하시는 분 맞..으시죠..?"
담당자님은 맞다고 하시며 처음 준비하는 사업이라 전화를 많이 드린 것 같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죄송하다고 사과하셨다. 무안을 준 것 같아 죄송했다. 웃으며 전혀 사과하실 일이 아니시라고, 우리는 서류가 미비한 부분이 있으면 연락 드릴테니 크게 마음 쓰며 준비하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정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안도감을 드리고 싶었다.
한 번은 목소리가 지긋하신 분이 궁금하신 부분이 있다며 전화를 주셨다. 담당자님의 위트있는 질문에 우리는 서로 호탕하게 웃었다.
"웃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웃음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쁘네요."
매일 반복된 일상에 나도 크게 웃을 수 있어 기뻤다. 온라인으로 여러 서류를 제출하며 스트레스 받았을 담당자님에게도 웃음 찬 하루인 것 같아 기뻤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하루는 내 사수가 나를 불렀다. 우리 회사를 만만하게 볼 수 있으니 웃지말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잠시 이 사업을 위해 계약된 사람이니, 당연히 사수의 말에 따를 거다. 하지만, 조금 슬펐다. 문의 응대를 제대로 못해서가 아니라 웃지 말라는 이유여서. 웃으면 프로페셔널하지 않아 보인다거나 상대방이 우리 기업을 만만하게 볼 거라는 건 편견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따뜻함을 나누지 못한다니 마음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