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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간호사 2편

단호하지만 따뜻하게

by 팬지

★ 인터뷰를 읽기 전에

이 인터뷰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반말로 진행되었지만, 여러분이 읽기 편하도록 존댓말로 재구성했습니다. 또한, 직업별로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연재될 예정입니다. 전문적인 직업 분석이나 심층 취재가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가벼운 인터뷰입니다.


특정 직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삶을 살고, 이런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구나." 하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결국, 이 인터뷰는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은 모두 제 지인들입니다. 인터뷰이의 신상 정보(이름, 근무지 등)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기록이며, 허락 없이 다른 곳에 가져가거나 재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정신과 간호사 인터뷰 2편입니다. 1편에 이어, 나머지 질문과 이야기를 전합니다.


16. 정신과 병동에서 근무하시면서 다른 과와 비교해 가장 독특하거나 특별하다고 느꼈던 점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반입이 제한된 물품이나 면회 규정처럼 정신과만의 특징적인 규정이나 절차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정신과 병동은 다른 병동과 비교했을 때 안전과 관리가 특히 중요한 곳이에요. 예를 들어, 샤워실 같은 경우에도 정해진 샤워 시간에만 열리기 때문에 그 외의 시간에는 이용할 수 없어요. 또, 위해 가능성이 있는 물품은 개별 보관이 어렵고, 꼭 필요한 경우에도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해요. 정신과 병동에서는 반드시 의료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용 공간에서 사용해야 해요.


17. 환자들과의 관계에서 간호사로서 지키고 있는 본인만의 원칙이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단호하지만 따뜻하게 대해주려고 노력합니다.


18. 정신과 병동에서 근무하시다 보면 감정적으로 어려운 순간도 많으실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본인만의 감정 관리 방법이나 스트레스를 푸는 비결이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환자들의 상황을 깊이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요.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고,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러 감정이 밀려올 때가 많죠. 그래서 어느 순간 ‘아, 여기까지만 생각하자’ 하고 스스로 선을 긋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요. 감정을 계속 끌고 가다 보면 나도 지치니까요. 물론 쉽지는 않지만, 의식적으로 중간에서 생각을 멈추려고 노력하는 게 저만의 감정 관리법인 것 같아요.


19. 정신과 병동에서 환자들과 대화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대화를 이어가시나요?

정신과 환자들은 종종 망상적 사고를 하거나 와해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환청과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있죠. 저는 이런 상황에서 이를 환자의 증상으로 받아들이고, 그 대화를 억지로 부정하기보다는 환자가 저와의 대화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환자의 망상이 그들에게는 현실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대화를 끌어내려고 해요. 하지만 그런 균형을 맞추는 것은 항상 쉽지 않은 일입니다.


20. 근무하신지 10년차이신데, 여전히 ‘아, 내가 정말 간호사구나’ 하고 실감하게 되는지 궁금해요. 혹시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일할 때는 늘 간호사라는 걸 실감하면서 지내요. 병동에 있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간호사로서 해야 할 일들을 하니까요. 특별한 순간이라기보다는, 하루하루 업무를 하면서 늘 간호사라는 걸 체감하는 것 같아요.

21. 근무 중 환자와 보호자 간에 갈등 상황을 마주한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상황에서 간호사로서 중재해야 했다면,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해요.

환자와 보호자 간의 갈등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는 편이에요. 서로 감정이 격해질 때가 많아서, 간호사로서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이 필요하죠. 우선 환자에게는 '쉬셔야 한다.'라고 말씀드리면서 상황을 진정시키고, 보호자 분께는 마음을 다독여 드리면서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드리려고 해요. 보호자도 힘든 상황 속에서 감정이 쌓여있는 경우가 많아서, 공감하면서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2. 정신과 병동에서 일하시며, ‘이건 정말 힘들지만 꼭 필요하다’고 느낀 업무가 있으실까요? 그 이유도 함께 들려주시면 좋겠어요.

‘경청’‘면담’이요. 저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성격이 아니라서 면담할 때 집중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웃음) 하지만 정신과에서는 환자분들의 감정이 크게 변하고, 마음의 상처로 인해 자해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할 때도 많아서, 면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정말 중요해요. 환자들이 직접 이야기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부분이 많거든요. 그래서 힘들더라도 경청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요.


23.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간호사로서 어떤 점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느끼시나요?

병동에서는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미 운영되고 있어요. 사회복지사분들이 병동에 자주 오셔서 프로그램을 진행하시고, 환자들이 사회로 나가기 전에 필요한 훈련을 함께하죠.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면담'이에요. 보호자와의 면담을 통해 외출이나 퇴원 후 치료 계획을 조율하고, 환자가 점차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사회복귀를 위한 과정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 모두가 치료의 필요성을 받아들이고 지속해서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4. 정신과 병동에서 근무하시면서, 환자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시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 질문이 제일 어렵게 느껴지네요. 정신과에서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준다는 게 참 쉽지 않거든요.


25. 직업 만족도를 10점 만점에 점수를 준다면? 이유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8점입니다. 아무리 좋은 직장이라도, 직장이라는 특성상 가끔 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2점 정도는 뺐습니다.


26. 현재 일하는 직장의 워라벨을 10점 만점에 점수를 준다면? 이유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10점입니다. 원티드 오프도 잘 반영되고, 마이너스 오프 없이 잘 돌아가는 편이에요. 휴가도 문제없이 잘 사용할 수 있어서 워라벨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운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27. 간호사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이건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아마 알고 있겠지만, 실무는 생각보다 훨씬 힘들어요. 특히 처음 시작했을 때, '간호사가 나와 맞지 않는다'라고 느낀다면 그때가 가장 빨리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28. 정신과 병동에서 앞으로도 계속 근무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다른 과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가요? 그 이유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솔직히 정신과 병동에서 계속 근무하고 싶지는 않아요. 교대근무가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센터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어요.


29. 정신과 간호사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현재 가장 큰 목표는 정신건강간호사 2급 과정을 잘 시작해서 수료하고, 최종적으로 합격하는 거예요. 그리고 환자들과의 치료적 면담을 더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습니다. 아직은 면담을 할 때마다 ‘이게 정말 환자에게 도움이 될까? 혹시 내가 더 부담을 주거나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까?’ 하는 고민이 많거든요.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서 더 나아지고, 환자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30. 오늘 인터뷰를 통해 간호사라는 직업에 관해 이야기 나눠 보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나눠 주세요.

생각보다 되돌아볼 수 있는 질문들이 많았어요. 제 근무 태도나 환자들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제 관점과 태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그래도 내가 환자들에게 잘하고 있구나’ 하고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제 답변이 영양가 없는 인터뷰가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하지만… 살면서 언제 이런 인터뷰를 해보겠어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팬지: 언니는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교대근무가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로 인해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고충이 따로 있는지는 미처 몰랐다. 돌이켜보면, 언니가 힘들다는 내색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어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언니에 대해서도, 정신과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많은 걸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첫 인터뷰를 언니가 해줘서 당찬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 인터뷰의 주인공은 ‘군인’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주 목요일에 올라올 인터뷰 1편에서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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