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레모에 꽂혀 특전사로
이 인터뷰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반말로 진행되었지만, 여러분이 읽기 편하도록 존댓말로 재구성했습니다. 또한, 직업별로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연재될 예정입니다. 전문적인 직업 분석이나 심층 취재가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가벼운 인터뷰입니다.
특정 직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삶을 살고, 이런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구나." 하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결국, 이 인터뷰는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은 모두 제 지인들입니다. 인터뷰이의 신상 정보(이름, 근무지 등)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기록이며, 허락 없이 다른 곳에 가져가거나 재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말로만 들어도 강도 높은 훈련을 견디는 군인들.
어떻게 그런 훈련을 버티는지, 군인으로서의 삶은 어떤지 직접 듣고 싶었다.
그들이 지켜내는 이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그들의 이야기도 한 번쯤은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두 번째 인터뷰는 특전사에서 6년간 복무한 군인과 진행했습니다. 편하게 읽어주세요!
1.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군대 생활은 몇 년 차인지, 나이와 함께 본인을 조금 더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현재 특전사에서 복무 중인 6년 차 군인입니다. 곧 전역을 앞두고 있고, 계급은 중사입니다.
2. 평소 본인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주변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나 본인의 MBTI를 바탕으로 얘기해 주셔도 좋고요. 작가와 대화를 나누며 '이런 점은 잘 맞는다!' 싶었던 부분도 궁금합니다.
주변에서 '일 잘하는 또라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MBTI는 ESTP인데, 답답한 걸 못 참고, 굼뜨는 걸 싫어하는 성격입니다. 효율적이지 않은 상황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작가님과는 사실 성격이 비슷한 부분이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맞는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다르다고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서로 너무 다른 성향이라 맞춰주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3. 평소 주말이나 자유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보통 운동을 많이 합니다. 또,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여기저기 다니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편이에요. 축구 동아리도 가끔 나가고요.
4. 독서를 종종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재테크 관련 책을 많이 읽으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혹시 다른 장르의 책도 읽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읽으신 책이나 좋아하는 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재테크 책 외에도 관심 가는 책들은 다양하게 읽습니다. 자기계발서도 보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방법에 관한 책들도 종종 찾아봐요. 좋아하는 책 중 하나는 ‘가진 돈은 몽땅 써라’입니다.
5. 어렸을 때 꿈은 무엇이었나요? 본격적으로 군인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어린 시절의 꿈이나 관심사를 먼저 들어보고 싶습니다.
어릴 때는 축구선수가 꿈이었습니다. 정말 축구를 좋아해서 하교 후에도 밤 9시에서 10시까지 공을 차곤 했어요. 그만큼 축구에 푹 빠져 있던 시절이었죠.
6. 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축구선수가 꿈이었어요. 학교 끝나면 밤 9~10시까지도 축구만 했죠. 그런데 가정 사정으로 축구를 포기해야 했고, ‘그럼 뭘 해야 하지?’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군대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원래 총게임도 좋아했거든요.
진해가 군인의 도시라 주변에 군인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더 커졌고요. 하지만 쉬운 길은 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UDT와 특전사를 고민하다가, 결국 ‘베레모’에 꽂혀서 특전사를 선택했어요. 베레모가 멋있었거든요. (웃음)
7. 군인으로서 하루 일과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하루를 시작해서 마무리하기까지의 일정이 궁금합니다.
아침 8시 30분에 공식적인 일과가 시작되지만, 보통 그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서 준비합니다. 아침을 먹고 씻은 후, 오전에는 체력 단련 시간을 갖습니다. 오후에는 제가 속한 팀에서 다른 참모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거나, 주특기와 관련된 훈련을 하면서 일과를 보냅니다.
8. 군인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놀라웠던 부분이 바로 훈련이었습니다. 보통 어떤 훈련을 가장 많이 하시는지, 또 그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훈련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훈련 중 가장 공통으로 많이 하는 건 역시 행군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훈련을 꼽자면 ATT와 천리행군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ATT가 훨씬 더 힘들다고 생각해요. 천리행군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계속 걸으면 되는데, ATT는 그게 아니거든요. 군장도 천리행군보다 훨씬 무겁고, 훈련 환경 자체가 극한으로 조성되어 있어서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가 엄청납니다.
9. 사람들이 흔히 '군인 정신'이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직접 군 생활을 하시면서 느끼신 군인 정신이란 게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시나요?
"군인 정신"이라는 말, 사실 입대 전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근데 군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느낀 건, "못 할 건 없다"는 거예요.
혼자서는 힘들 것 같은 훈련도,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상황도 결국엔 다 해내더라고요.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동료들이 옆에 있으면 어떻게든 해낸다는 걸 몸소 경험하면서, 군인 정신이라는 게 결국 개인의 강인함이 아니라 함께 버티고 해내는 힘이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10. 군대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하나만 들려주세요.
20km 행군을 하던 날이었어요. 날씨가 안 좋아서 계속 지연되다가 결국 자정쯤 출발하게 됐죠. 어두운 길을 묵묵히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선배 한 분이 쓰러졌어요. 상태가 심각했죠. 주변에 있던 선배들도 다 달려와서 확인했는데, 이건 그냥 버틸 수준이 아니더라고요. 당장 헬기를 불러야겠다고 했는데… 문제는 날씨였어요. 기상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헬기가 이륙을 못 한다는 거예요.
8명이 돌아가면서 텐트 안에 넣어서 양옆에서 붙잡고 지탱하면서 산에서 내려왔어요. 너무 힘들었지만 끝까지 버텨서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상태가 좋지 않다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기적적으로 살아계시죠. 참 다행이에요.
11. 사람들이 군인/군대 생활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들이 군대/군인에 대해 가장 오해하는 부분이요?“
아마도 맨날 훈련만 하고, 땀에 절어 있는 거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게 아닐까요? 저도 입대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늘 흙먼지 뒤집어쓰고, 구정물에 빠지고, 땀에 젖은 전투복만 입고 있을 거라고요.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다들 깔끔합니다.
생활관에 가면 섬유유연제 냄새가 진동하고, 세탁도 엄청 꼼꼼히 합니다. 훈련 나가면 당연히 힘들고 땀도 많이 흘리지만, 그럴수록 평소에 더 깔끔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군인은 항상 땀범벅이다"라는 건 사실과 조금 다를 수도 있어요.
12. 군인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편견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예를 들어, '군인은 연애하기 어려운 직업이다' 같은 이야기처럼요.
사실 군대도 출퇴근이 가능한 곳이 많고, 퇴근 후에는 일반 직장인이랑 똑같이 생활합니다. 밖에서 사람도 만나고, 약속도 잡고, 주말엔 여행도 갈 수 있어요.
사람들이 군인이 항상 부대 안에만 갇혀있을 거로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물론 훈련이나 파견이 있을 때는 연락이 어려울 수 있지만, 그건 군대뿐만 아니라 해외 출장이 많은 직업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군인이 연애하기 어려운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연애를 하기 어려운 게 아니라, 연애 스타일이 직업에 따라 조금 달라질 뿐이죠.
13. 군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특별한 습관이나 행동이 있을까요?
운동을 하루라도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불안해요. 잠도 잘 안 올 것 같고, 밥을 먹을 때도 계속 생각나요. 그래서 아무리 시간이 없거나 컨디션이 안 좋아도 최소 10분이라도 운동을 해야 마음이 놓입니다.
이게 그냥 습관이 된 것 같아요. 하루를 마무리할 때, 운동을 안 하면 '오늘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은데?' 싶은 기분이 들죠. 훈련할 때 몸을 계속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못 했다"라는 말을 별로 안 믿어요. 그냥 안 한 거죠. 저도 컨디션이 안 좋을 때가 있지만, 짧게라도 하면 몸이 확실히 다르거든요. 결국 운동을 안 한 건 핑계일 뿐입니다.
14. 군인으로서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고, 운동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혹시 체력을 기르거나 운동을 즐기게 된 본인만의 비결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일단 웨이트를 가장 많이 합니다. 기본적으로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고, 체력 측정이 다가오면 유산소 운동이나 팀 운동도 병행해요. 군대에서는 주기적으로 체력 테스트를 시행하기 때문에 맞춰서 준비하기도 합니다. 특히 퇴근 후에도 웨이트는 거의 매일 합니다. 체력 관리가 곧 실력과 연결되는 직업이니까요.
군인들 사이에서도 체력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체력 테스트에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운동을 즐기게 된 비결이 있다면, 아무래도 성취감이 아닐까 싶어요. 훈련이나 체력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면 뿌듯하고, 또 운동을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거든요.
15. 군대 내에서 본인이 가진 강점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었다고 느꼈던 업무나 상황은 무엇인가요?
제 강점은 '깡따구'입니다. 군대에서는 체력과 정신력이 중요한데, 저는 '안 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성격'이에요. 예를 들어 체력 측정에서 부족한 종목이 있으면 용납이 안 됐어요. "어떻게든 되게 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남들보다 한 번 더 뛰고, 한 번 더 운동하고, 끝까지 붙잡고 연습했죠.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