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직업군인 인터뷰 2편

군 생활을 마치며, 그리고 그 이후

by 팬지

★ 인터뷰를 읽기 전에

이 인터뷰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반말로 진행되었지만, 여러분이 읽기 편하도록 존댓말로 재구성했습니다. 또한, 직업별로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연재될 예정입니다. 전문적인 직업 분석이나 심층 취재가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가벼운 인터뷰입니다.


특정 직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삶을 살고, 이런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구나." 하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결국, 이 인터뷰는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은 모두 제 지인들입니다. 인터뷰이의 신상 정보(이름, 근무지 등)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기록이며, 허락 없이 다른 곳에 가져가거나 재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16. 군대에서 시간이 가장 빨리 가는 일과는 무엇인가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날이 있거든요. 그럴 때 시간이 정말 빨리 갑니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그냥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날이 있는데, 보통 다 같이 운동하거나 쉬는 시간이 많아요. 그런 날은 체감상 몇 시간만 지나면 바로 퇴근 시간입니다.


17. 반대로, 가장 느리게 가는 일과는 무엇인가요?

훈련 나갔을 때요. 모든 훈련이 다 시간이 안 가지만, 특히 전술훈련이랑 천리행군이 같이 묶여서 진행되는 한 달짜리 훈련이 있어요. 그게 제일 안 가요.


18. 군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억에 남는 사람은 많은데, 그중에서도 "나는 저렇게는 안 해야겠다"라고 다짐하게 만든 사람이 있었어요. 그분을 보면서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라는 걸 몸소 깨달았죠. 어떤 상황에서도 책임감이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정말 크다는 걸 알게 된 계기였어요. 그런 경험 덕분에 나중에 후임들이 나를 보고 '나는 저렇게 안 해야겠다'가 아니라 '저런 부분은 배워야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선임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어요.


19. 군인으로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군인으로서 가장 불편한 점이 있다면, 내가 벌 수 있는 수입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 직장인들은 추가 수입을 위해 부업을 하거나 개인 사업을 할 수도 있지만, 군인은 신분상 이런 부분이 제한적이라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선택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20. 군대에 지원하기 전, 어떤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군대에 지원하기 전 가장 중요한 준비는 체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 체대를 준비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체력을 많이 단련했어요. 군인이 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운동을 꾸준히 해왔던 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부사관이나 장교로 지원할 때 기본적인 체력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고, 이후에도 체력이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미리 몸을 만들어 두는 게 유리할 것 같습니다.


21. 직업 만족도를 10점 만점에 점수를 준다면? 이유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직업 만족도를 점수로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7점 정도 줄 것 같습니다. 군대가 싫어서라기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어서 전역을 선택한 거니까요. 군 생활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완벽하다고도 할 수 없어서 -3점 정도를 뺐어요.


22. 직업 군인으로서 일반적인 직업과 다른 장점이나 매력을 꼽자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직업 군인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숙소가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주거비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게 확실한 메리트죠.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점도 있고요.


23. 군대에서 이뤄지는 행사나 전통 중에서 가장 흥미롭다고 느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부대마다 열리는 체육대회가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운동회처럼 축구, 계주, 줄다리기 같은 경기가 열리는데, 경쟁이 정말 치열합니다. 특히 상금이나 부대에 필요한 물품이 걸려 있어서 더 열정적으로 뛰게 되죠. 그리고 이날만큼은 평소 어려운 선배들에게도 장난스럽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날이라 더 재밌었습니다.


24. 군대 관련 예능, 영화, 드라마 중에서 '이건 진짜 아니다!' 싶었던 장면이나 설정이 있었나요?

‘태양의 후예‘를 보면서 거의 모든 장면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사령관실을 아무렇지 않게 찾아가는 장면 같은 건 군대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실제 군 생활과 비교하면 여러 부분에서 이해가 안 가는 설정이 많아서, 그냥 드라마로만 봐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5. 군인으로서 보람을 느꼈던 일 중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훈련 중 쓰러진 선배를 들쳐 메고 내려왔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선배가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가장 뿌듯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군 생활 중 이런 순간들이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대외적으로 큰 사건이나 사고가 있을 때, 내가 직접 중심에 서 있지는 않더라도 군인으로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보람으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26. 군인이 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도 고등학생 때 부사관 시험과 면접을 봤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어렵진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부사관 필기시험은 누구나 붙는다" 라는 인식이 있고,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쉬운 길을 가고 싶지 않아서 특전사와 UDT 중 고민했고, 결국 특전사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군인에 대해 흔히 "생각 없이 버티면 된다" 라고들 하는데, 저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군 생활을 하다 보면 나태해지는 사람들도 많고, 연차가 쌓일수록 편한 곳으로 가려는 유혹이 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군인이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내가 군대에서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적당히 버티다 나가야지" 하는 마음이라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군 생활이 단순한 버티기가 아니라, 본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 된다면 훨씬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27. 제대하기 전까지, 군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제는 별다른 욕심 없이 잘 지내다가 가는 게 목표입니다. 괜히 무리하거나 욕심 부리다가 사고 치는 것보다는, 조용히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피해만 안 주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떠나는 게 제일이죠.


28. 제대 후에 소방관, 경찰관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본인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아직은 비밀입니다. (웃음) 딱 하나 확실한 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거예요.


29. 이번 인터뷰를 통해 군인이라는 직업에 관해 이야기하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재미있네요. 사실 이 인터뷰가 제 군 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어요. 처음엔 나름 큰 꿈을 가지고 입대했지만, 현실과 마주하면서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도 최선을 다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완전히 미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이 질문들에 답하면서 제 군 생활을 하나씩 떠올려보게 됐어요. 옛날 생각도 나고, 저를 다시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팬지: 처음엔 나와 성격이 거의 맞지 않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서로 너무 달라서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 막연히 짐작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점 그런 선입견이 사라졌다. 나보다 어린 친구지만, 성격적으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새로운 길을 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전역 후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그를 응원한다. 꼭 해보고 싶었던 직업군인 인터뷰를, 이 친구가 제대 전에 진행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하


다음 인터뷰의 주인공은 ‘목공기술자’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주 목요일에 올라올 인터뷰 1편에서 확인해 주세요!

keyword
이전 04화직업군인 인터뷰 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