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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간호사 인터뷰 1편

10년 차 간호사도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by 팬지

★ 인터뷰를 읽기 전에

이 인터뷰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반말로 진행되었지만, 여러분이 읽기 편하도록 존댓말로 재구성했습니다. 또한, 직업별로 1편과 2편으로 나누어 연재될 예정입니다. 전문적인 직업 분석이나 심층 취재가 아니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가벼운 인터뷰입니다.


특정 직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삶을 살고, 이런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구나." 하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결국, 이 인터뷰는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은 모두 제 지인들입니다. 인터뷰이의 신상 정보(이름, 근무지 등)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기록이며, 허락 없이 다른 곳에 가져가거나 재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첫 인터뷰이로, 본인의 직업에 대한 경력이 있고,
무엇보다 나를 많이 응원해 주는 사람을 선택했다.
함께 일한 적도 있었기에, 그녀가 자신의 일에 얼마나 프로페셔널한 사람인지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인터뷰는 정신과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님과 진행했습니다. 편하게 읽어주세요!


1. 자기소개, 간단히 본인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30대 중반이고, 간호사로 거의 10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긴 시간이 지났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네요!


2. 인터뷰를 진행하는 작가와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병원 근무가 아닌 행정적인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습니다.


3. 요즘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신가요?

밥 먹고, 일하고,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열심히 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공복에 물을 꼭 마시고, 출근할 때도 물을 챙겨가는 편이에요. 병원 정수기가 000라서 맛이 없거든요. 그래서 물은 꼭 따로 준비합니다!


음, 부서 특성상 여기가 정신과다 보니 정신과에 대해 더 공부해야 할 필요도 있고, 정신건강 간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준비를 시작한 상태예요. 이건 정신과뿐만 아니라, 다른 과에서도 각 과의 특성에 맞춰서 많든 적든 꾸준히 공부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다들 자기 분야를 더 깊이 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죠.


4. 본인은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MBTI와 함께 작가와 잘 맞는 부분도 이야기해 주세요.

제 MBTI는 ISTP인데요, 직설적이고 공감을 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릅니다. 감정적인 공감을 잘 못하는 편이고,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정말 힘든 상황이라고 느껴야 공감이 가능합니다. 대신 문제 해결이나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항상 방법이나 해결책을 먼저 고민하는 타입이에요. 비효율적인 걸 정말 싫어해서 제 스스로를 "효율충"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작가님과는 대화를 나눌 때 서로 재밌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상대방이 불편해할 만한 부분은 절대 언급하지 않는 점이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장난으로라도 그런 이야기는 안 하는 편이죠. 또, 무조건적으로 응원해 주는 부분이나 진심으로 함께 고민해 주는 모습에서도 공통점을 많이 느꼈어요.


5. 어렸을 때 꿈은 무엇이었나요?

어렸을 때는 딱히 꿈이 없었어요. 그저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했던 기억뿐입니다. 꿈보다는 해야 할 일을 해내는 것에 집중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6.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가 입시를 봤을 때, 전문대 3년제 간호학과가 있었어요. 입시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서 수도권 4년제 대학은 어렵겠다고 판단했고, 실질적으로 갈 수 있는 과를 찾다가 간호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 전문대에서 선택할 만한 과 중에는 간호학과가 가장 현실적이고 유망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7.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가장 흔히 오해받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간호사는 술을 잘 마신다는 인식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안 드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리고 간호사는 이미지가 세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까지 기가 드세지 않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간호사라서 기 세잖아~'라는 말을 자주 들어서 이 답변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8. 간호사 관련해서 인상 깊게 본 드라마나 영화가 있나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가 생각나요. 그냥 드라마로만 봐야 해요. 현실과는 좀 거리가 있거든요. 실제 간호사의 삶을 완벽히 대변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흥미롭게 본 작품이에요.


9. 일상에서 직업병이 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네, 직업병이라고 느낄 때가 종종 있어요. 예를 들어, 음식이나 물건을 쟁여놓고 사용할 때도 선입선출 원칙을 적용하게 돼요. 먼저 산 것부터 사용하는 습관이 생겼죠. 또, 누군가에게 요구사항을 전달받을 때, "이게 맞나요?" 하고 구두로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있어요. 간호사로서 의사소통이 확실해야 하다 보니, 모든 걸 정확하게 확인하려는 버릇이 생긴 것 같아요.


10. 간호사라는 직업의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요?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어요. 우선, 네일을 못 한다는 점이에요. 손톱을 길게 기를 수 없고, 환자 처치를 위해 항상 짧고 깔끔하게 유지해야 하거든요. 예전에는 머리도 꼭 묶어야 했고, 흰 양말만 신으라는 규정이 있던 적도 있었어요. 제재는 아니었지만, 자유롭지는 않았죠. 그리고 교대근무가 예민함을 더하는 것 같아요. 특히 야간 근무 후 제대로 잠드는 게 어려워요. 그런 점에서 직업 특유의 어려움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11. 간호 용어 중에서 일상적으로 자주 쓰게 되는 표현이 있을까요? SNS를 보다 보면 일상에서 본인도 모르게 간호 용어를 사용한 에피소드를 푸는 간호사님들의 릴스를 본 적이 있었거든요.

간호사로 일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간호 용어를 쓰게 될 때가 많아요. 예를 들면, '이리터블하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건 짜증이 나거나 예민한 상태를 의미해요. '아, 오늘 좀 이리터블하네~' 이런 식으로요. 또, '지리멸렬'이라는 표현도 자주 사용하는데, 당황해서 말을 두서없이 할 때 '아, 내가 말이 지리멸렬하게 나오네'라고 하기도 해요.


12. 병동에서 근무하시다 보면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는 순간이 있을 것 같은데, 언제 그런 느낌을 받으세요? 반대로, 시간이 느리게 가는 일과는 어떤 때인가요?

정신없이 바쁜 날에는 시간이 훅 지나가는 것 같아요. 특히, 입원유형이 변경될 때 서류 작업이 많아지는데요. 정신과 병동에는 보호입원, 동의입원, 자의입원, 행정입원 같은 입원유형이 있어요. 환자가 동의입원에서 보호입원으로 전환되거나, 자의입원에서 보호입원으로 바뀌는 경우 서류 처리가 상당히 많아지죠. 원본 문서를 병동에서 보관해야 해서 전부 수기로 차팅을 하고, 관련 서류를 이곳저곳 전달하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요.


반대로, 시간이 느리게 가는 순간도 있어요. 환자들의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특별한 상황이 없을 때가 그렇죠. 특히, 환자들이 조용히 지내고 있을 때는 별다른 업무가 없어서 그냥 앉아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져요. 병동 내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며 명수를 셀 때도 시간이 더디게 가는 느낌이 들죠.


13. 정신과 병동에서 근무하시다 보면, 환자가 마음을 열었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정신과 환자분들은 쉽게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처음에는 밝게 ‘아~ 선생님~’ 하면서 다가와도, 막상 본인의 속 이야기는 좀처럼 꺼내지 않죠. 특히 면담을 길게 하더라도, 본인이 겪고 있는 망상이나 환청, 환시는 부인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환자가 본인의 감정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때가 있어요. 망상 때문에 힘들어하면서 울고 있을 때, 왜 우는지 이유를 물어보면 비밀이라고 말해주지 않죠. 그러다가 조금씩 본인의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있어요. 그 순간이 오면 ‘마음을 열기 시작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4. 정신과 병동에서 근무하시면서, '이 부분은 내가 정말 잘하고 있구나!' 하고 스스로 느끼셨던 순간이 있다면 어떤 때였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에요. 정신과 병동에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내가 하는 것이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도 많고요. 물론 환자들을 돌보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고,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것 같아 고민할 때도 많아요. 아직은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15. 근무 중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예상치 못한 요구사항을 받았던 적이 있다면, 그때 상황은 어땠고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신과 병동에서는 간식이나 외부 음식 반입이 일절 금지되어 있어요. 그런데 보호자 분들이 면회를 마치고 돌아가시는 길에 간식을 사 들고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예를 들면, 한 보호자 분이 귤을 사 와서 병동 초인종을 눌러 전달하려고 하셨던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원칙상 받아줄 수 없어서,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단호하지만 부드럽게 거절해야 해요. ‘보호자님 마음은 너무 감사하지만, 병동 규정상 받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정중히 설명드리고 돌려보냈어요.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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