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
나는 문가영 배우를 좋아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다.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녀가 자신의 독서노트를 공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책을 읽다가 인상 깊은 문장과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한 면은 비워뒀다가 나중에 다시 그 책을 읽을 때의 감상을 덧붙인다는 방식이었다.
그 모습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다독가로 알려진 배우임과 동시에 쓰고 싶은 욕망이 가득한 사람.
그래서 그녀가 쓴 첫 번째 에세이, 『파타』가 더욱 궁금했다.
‘배우 문가영’이 아닌, ‘사람 문가영’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책 초반부터 확 끌렸다.
그녀는 ‘파타’라는 인물로 그녀를 표현했다.
그리고 그 삶이 진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 한 문장만으로도 이 책은 꽤 흥미로워졌다.
배우라면 이미지가 중요하지 않나.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이미지에 금이 갈 수도 있는, 진짜 같은 감정들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더 진실하게 느껴졌다.
‘진실일지, 거짓일지 모른다’는 그 모호함 속에서 문가영은 배우로서의 역할과 사람으로서의 마음을 오가며 이야기한다.
배우로서 수많은 ‘역할’을 살아온 그녀가
책 속에서 또 다른 역할인 ‘파타’를 통해
현실의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이 참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아, 연예인도 나와 다르지 않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그녀의 문장 속엔 우리가 매일 하는 고민, 사랑과 후회, 관계의 미묘한 감정들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래서 위로가 되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통쾌하기도 했다.
몇 문장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내 맘을 돌려받았어. 난 읽을 게 하나도 없네.” (p.21)
“응? 난 너의 비밀을 말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왜 그만큼의 비밀을 나에게 요구하는 거지?” (p.22)
“살아보니까 두 사람을 동시에 똑같이 사랑하는 건 불가능일 수도 있더라.” (p.28)
“잘해준다는 건… 엿 먹이는 거야.”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더라도 손해 볼 일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야.” (p.54)
짧지만 묵직한 문장들.
마치 한 편의 대사 같으면서도, 그 속엔 ‘문가영’이라는 사람의 솔직한 온도가 담겨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한자리에 앉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썼다는 작가의 말이, 이 책을 덮을 즈음엔 이해가 되었다.
『파타』는 내게 인생책이라 부를만한 이유가 많은 책은 아니다.
그저 위안이 되었고, 길잡이가 되었고, 좋은 문장 하나가 마음에 남았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인생책에는 복잡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고.
그 책이 내 마음에 불을 켜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