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을 마주한 이들에게

울 자격 따위 없어도, 그냥 울어도 된다

by 팬지

이 책은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리즈를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워낙 화제였던 방송이라,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살면서 상실감을 느껴본 사람으로서, 나는 이 책의 기획에 자연스레 마음이 이끌렸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이, 내 마음을 울린 책이었다.


모든 에피소드가 다 인상 깊었지만, 특히 나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아내를 잃은 정수 씨 가족의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남겨진 자녀들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장면들이 더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나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아버지를 미워했다.

좋지 않은 일엔 늘 아버지를 탓했고, 내 삶이 힘들어질 때마다 그 원인을 아버지에게 돌렸다.


그래서였을까, 정수 씨의 자녀가 “본인이 힘들 때만 엄마를 찾는 것 같아 미안했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정말 머리를 탁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랬다.

좋은 일엔 아버지를 떠올리지 않았다.

기쁘고 즐거운 순간엔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다가, 슬프고 외로운 날엔 그 탓을 아버지에게 돌렸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평범한 한 문장이 나에게는 유난히 크게 다가왔다.

나는 이 책을 아직 상실감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상실이란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후회로 남겨버리는 일이다.
그 후회가 얼마나 깊은지, 그게 얼마나 오래 가는지, 이 책을 읽다 보면 절로 느껴진다.

물론 상실을 ‘겪어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 시간이 오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지금 이 시간을 더 소중히 보내길 바란다.
나처럼 뒤늦게 후회하기 전에.


책 속엔 이런 문장이 있다.


“그런 자책, 원망을 하게 되니까 울지 않아요.
뭘 잘했다고, 우리가 울 자격이 있나?”



남겨진 사람들이 스스로를 탓하며, 울 자격조차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우는데 자격까지 필요하다면, 얼마나 슬픈 세상일인가.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앞에서는 그저 울고, 슬퍼하고, 애도해도 괜찮다.

그 시간마저도 사랑의 연장선이니까.


이 책 덕분에 나는 조금은 덜 미워하게 되었고, 조금은 더 따뜻하게 아버지를 떠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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