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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May 06. 2024

하지 말아야 할 질문들

< 삶의 다정한 목격자 >




선 넘는 질문과 충언  

   

얼마 전에 조카와 술을 한 잔 한 적이 있다.

그때 조카가 물었다.

‘이모는 하루 종일 뭐 해? 이모의 하루 일과를 얘기해 봐.’

나에겐 꽤 신선한 질문이었다.

자기 얘기하기 바쁜 세상에 나에게 하루 일과를 얘기해 보라고 하니,

그 참에 나의 하루를 되돌아보게 된 것도 좋았다.

하지만 더 좋았던 건 조카의 나에 대한 관심이었던 것 같다.     


나에겐 딸이 한 명 있다.

한 명만 낳아야지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헌데, 자녀를 한 명만 낳은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충언을 들어야 

했다.

‘한 명 더 낳아라. 하나는 안된다.’

아이가 어릴 땐 줄곧 이런 말을 들었는데,

내 나이가 50이 다 되어갈 때도 포기하지 않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좀 뜨악한다. 

아. 저 사람은 정말 아무 의미 없이, 아무 생각 없이 말하는 거구나 하고.

시댁 어르신들의 그런 말씀은 ‘네’하며 넘긴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니, 그분들 나름대로 걱정이 되어하시는 말씀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거나 전혀 친분이 없는 사람이

‘왜 하나만 낳았어요?’

‘어머, 하나 더 낳아요. 하나는 안 돼요.’

라고 내뱉는 질문과 충언은 좀 불편하다.

그저 배설하듯, 전혀 필터링이 되지 않은 채 내뱉는 말들 중 하나라

생각한다.

‘왜 내가 이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어야 하지?’ 싶어 진다.     


배란통이 심해 산부인과에 간 적이 있다.

배란통이 심할 경우 피임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얘길 들어서다.

그런데, 젊은 여의사는 자기도 혼자 자라서 아는데, 혼자는 

절대 안 된다며 아이를 하나 더 낳고 오라는 것이다.

의사는 그렇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할 말만 한 채 진료를 끝내버렸다.

‘응? 저기요??’

집에 와서 뭐라고 한마디 할 수 없었던 상황이 짜증이 났다.

‘아니 자기가 뭔데 내 인생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지?’

하고 말이다. 

그날은 정말이지 뒤끝이 작렬이었다.

첫 아이를 낳고 나는 건강이 많이 좋질 않았었다. 

자궁에도 무리가 많이 간 상태여서 의사에게서 당분간 아이를 갖지 

않는 게 좋겠다는 얘길 들었었다.     


조심했으면 하는 질문들   

  

인간관계에선 조심해야 할 질문들이 있는 것 같다.

마치 드라마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것처럼, 자신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생각 없이 질문을 쏟아낼 때가 있다.

그 사람은 말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말이다.

‘왜 헤어졌어? ’라든가

‘왜 아이를 안 가져?' 라든가

'왜 결혼 안 해?' 라든가    

 

되려, 해야 할 질문들은 하지 않는다.

각자의 이야기를 쏟아내느라 바쁠 뿐이다.

'요즘 힘든 건 없어?'

같은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 질문은 잘하지 않게 된다.     


학기 초에 이뤄지는 딸의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을 다녀왔을 때였다.

학기 초의 특성을 고려해, 질문할 것을 몇 가지 메모해 간 후

상담에 참여했다.

그중 한 질문은 

'선생님은 학창 시절에 부모님께서 어떻게

해주신 것이 좋으셨나요? 혹은 어떻게 해주길 바라셨나요?' 였다.

젊은 선생님이셔서 좀 더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시지

않을까 해서 했던 질문이었다.

선생님은 잠시 숨을 고른 후 정성스럽게 답변을 해주셨다.

'부모님께서 자신을 포용력 있게 대해 주신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너무 도움이 되는 이야기여서 귀담아 들었다.

그런데, 잠자리에 들었을 때, 문득 아차!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질문이 너무 사적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든 것이다.

여러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걸 고려하지 못한 

질문이었던 것이다. 그저 나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다음날,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다행히도 선생님은 오히려 죄송하다는 말에 반색을 하시며 정말 

괜찮다는 답변을 해주셨다.     


하지 않아서 후회되는 질문들   

  

어떤 질문은 하지 않아 후회가 된다.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선 더욱 그렇다.

   

'아빠는 뭐 좋아해?'

'아빠는 20 대 때 고민이 뭐였어?'

'아빠는 바다가 좋아 산이 좋아?'

'아빠는 무슨 노래가 제일 좋아?'

'아빠는 언제 제일 힘들었어?'


아빠가 살아계실 때 이런 질문들을 했더라면, 나는 좀 더 아빠에

대해 많은 것들을 기억할 텐데 말이다.    

 

해야 할 질문과 하지 말아야 할 질문.

둘 중 우리는 무엇에 더 치중하며 살고 있을까?     

나의 욕구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며, 나는 나에게 질문을 자주 하고 있다.

누군가, 나의 말에 기분이 나빴다면.

왜 그랬을까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본다.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때도 마찬가지다.     


결국, 질문도 관심과 배려의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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