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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사자 Feb 04. 2022

나의 수호천사

지금도 나와 함께 한다

나는 예전부터 만일 수호천사가 정말 있다면 내 주위에도 있는 게 틀림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남들이 보기에 나는 그렇게 강해보이지도 않고,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내 삶은 언제나 특별한 존재로부터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게 필요한 것들을 부족함 없이 공급해주신 부모님이 계셨고, 내가 외로워 할 틈이 없도록 내 옆에는 항상 형이 있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내게 엄청난 안정감을 주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어렸을 때 동네에서 또래 아이들과 시비가 붙어서 싸움이 나면, 유치하게도 마지막에는 우리 아빠가 몇 살 인지부터 시작해서 “우리 삼촌은 경찰이다”까지 자신이 아는 모든 인맥들을 동원해서 기세 싸움을 했었다. 아이들의 어린 마음에도 자기 뒤에 든든한 자기편이 있다는 것을 내세우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로도 형이랑 함께 놀 때나 부모님이 근처에 계시면 그렇게 싸움이 날 일도 없었다.  

   

학교 다닐 때 나는 정말 조용하고, 친한 친구들도 겨우 3-4명 정도 되는 잘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아이였다. 너무 조용해서 반에서 어떤 리더십도 발휘해 볼 기회가 없었고, 체구도 작은 편이라서 나를 괴롭히던 놈들도 더러 있었다. 다행인 것은 그 괴롭힘이 지속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형의 존재가 도움이 되기도 했고,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그런 괴롭힘이 끊어졌다. 내가 너무 조용해서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한 대 맞으면 반격을 하질 않았는데, 아마도 그런 내 모습에 더는 때리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나는 내 뒤에 수호천사를 보고 때리기를 포기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반격을 안 하기 때문에 더 때릴 수도 있었는데 늘 한 대로 끝났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내가 정말 ‘힘숨찐-힘을 숨긴 찐’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의 무모함과 짧은 생각은 중학생 때가 최고조였던 것 같다. 아마도 내가 고등학교를 인문계로 진학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중학교 시절 애들이 싸우고, 누군가를 때리고 하는 것을 가장 많이 봤다. 심지어는 소위 일진이라는 놈들이 학교에서 패싸움을 해서 많이 다친 애들은 병원에도 가고, 일부 아이들은 소년원에도 갈 뻔 했는데 선생님들이 검사에게 편지도 쓰고, 사정사정해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왜 그렇게 싸운 건지는 모르겠는데 선생님과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도 싸우고 했던 것을 보면 막장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우리 반 애들은 담임 선생님한테 거짓말하기를 밥 먹듯이 했는데, 담임 선생님도 그런 아이들에게 정색하고 혼내거나 하시지는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정색하고 혼낸다고 들을 놈들도 아니었으니까. 정확히 어떤 거짓말이었는지 생각은 안 나는데 한번은 또 한 녀석이 선생님께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담임 선생님이 나한테 저 말이 사실인지 물어보셨다. 내 짝꿍은 내가 선생님께 어떻게 말할지 궁금했나 보다. 나는 그저 사실대로 반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그 녀석 말은 거짓말이라고 알려드렸다. 그 때 내 짝꿍이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던 얼굴이 아직도 생각난다. 그 후 별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담임 선생님이 약간은 장난스럽게 ‘너 거짓말 했네~’ 이렇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는 인문계를 가긴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아이들이 건전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 아이들은 대학에 갈 생각이 없는 아이들처럼 보였다. 나는 한 아이가 생각이 나는데, 과학실에서 자꾸 내게 시비를 걸던 아이였다. 그 아이가 나에 대해서 했던 말은 솔직히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내게 시비를 걸었던 아이들은 과거에도 무척 많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보려 해도 기억에 없다. 아무튼 그렇게 시비를 거는 그 애한테 나도 한마디 했는데, 분명 좋은 말은 아니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ㄲㅈ’였을 것이다. 그게 그렇게 열받을 말이었는지 나에게 끝나고 남으라고 했는데, 나는 뭐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겠지만 속으로는 그냥 뭔 일이 있겠구나 하는 심정으로 있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 얘가 나에게 아까는 미안했다고 하면서 그냥 가는 것이었다. 나는 또 한 번 내 뒤에 수호천사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이런 성격은 남아 있는 것 같다. 근데 한 가지 변한 것은 나도 종종 반격을 한다는 것이다. 치고 박고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 피해를 입힌 상대에 대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권리를 사용해 반격을 한다. 어릴 때는 주먹다짐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주먹다짐은 가장 저차원의 수단이다. 내가 받은 피해는 정당하게 따지고, 신고하고 바로잡는다. 내가 입은 피해 뿐 만이 아니라 내 가족, 친구,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등 어떤 잘못된 점이 보이면 신고를 한다. 탄원서도 내고 기고도 한다. 나는 내 뒤에 수호천사 덕분에 지금껏 잘 살아왔지만 수호천사의 덕을 보지 못하는 누군가에게는 내가 하는 이런 행동들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맞아도 제대로 반격도 못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보며, 이제는 수호천사가 없더라도 스스로 싸우며 살아갈 수 있지만 앞으로도 내 수호천사는 변함없이 나와 함께 할 거라고 믿는다. .






Photo by Kasun Asank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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