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무서웠지만 포근함이 좋았다
실제로는 불가능한 것이 아닌데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두려움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것이 있다. 물은 항상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내가 수영장에 처음 간 것은 11살이었는데, 그 전까지는 물놀이를 해본 기억이 없다. 교회 주일학교 여름성경학교로 처음 가게 된 수영장에서 나는 내 키보다 낮은 수심임에도 물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때문에 수영장에 입수할 때는 첨벙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교회 선생님이 나를 번쩍 들어올려서 구해주신 덕분에 곧 정신을 차리고 재밌게 놀 수 있었다. 물론 수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얕은 곳에서.
그 이후로 수영을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여러번 했고, 실제로 수영수업도 등록했는데 꾸준하게 다니지 못해서 여전히 수영을 못하는 채로 살아가고 있다. 수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몸에 힘을 빼는 것이 나는 잘 안된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물에 뜨질 못한다고 들었는데, 나는 남들이 다 드러누워서 물에 뜰 때도 혼자 가라앉았다. 발을 땅에 딛어야만 안심이 되는 것 같다고 할까. 요즘은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한 것 외에는 머리를 물 속으로 담가본지도 몇 년은 된 것 같다. 수영을 할 시도도 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격증이 하나 있다. 20대 때 친구와 동남아 여행을 가서 별생각없이 다이빙을 했는데, 그 때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코스를 받은 것이다. 수영을 하나도 할 줄 몰라도 된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나는 그냥 경험만 하는 건 줄 알았다. 물론 과정은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5분동안 맨몸으로 수심 5미터의 수영장에서 생존(?)하는 것이 자격 요건 중 하나였다. 강사님은 그냥 물에 떠있기만 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나는 그 말대로 물에 떠있는 것을 목표로 했다. 5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분명 내 느낌에 나는 물에 잘 떠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말해준 바로는 나는 거의 물 속에 비스듬하게 서있는 자세로 입만 물 밖으로 동동 뜬채 5분을 견뎠다고 한다.
실제로 배를 타고 바다에서 다이빙을 한 경험은 무척이나 포근했다. 다이빙수트가 몸에 밀착되어 감싸주는 느낌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바닷물 속에 완전히 잠겨 있는 느낌이 굉장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모든 장비를 갖췄기에 별거 아닐 수 있는 걸 수도 있지만 물에 대한 두려움을 아직도 갖고 있는 내가 다이빙을 했던 경험은 지금도 신기하게 느껴진다. 내 삶에서는 '불가능'이라고 여겨졌던 일을 큰 결심없이 그냥 해본 것이다.
나는 종종 '우리 가족이 물에 빠지게 된다면?' 같은 상상을 해본다. 내가 수영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라면 가족들을 위험으로부터 구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한다. 수영은 더이상 불가능의 영역에 둬서는 안되는 것이 된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그렇게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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