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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사자 Aug 25. 2022

두드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열리지 않는다

물은 무서웠지만 포근함이 좋았다

실제로는 불가능한 것이 아닌데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두려움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것이 있다. 물은 항상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내가 수영장에 처음 간 것은 11살이었는데, 그 전까지는 물놀이를 해본 기억이 없다. 교회 주일학교 여름성경학교로 처음 가게 된 수영장에서 나는 내 키보다 낮은 수심임에도 물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때문에 수영장에 입수할 때는 첨벙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교회 선생님이 나를 번쩍 들어올려서 구해주신 덕분에 곧 정신을 차리고 재밌게 놀 수 있었다. 물론 수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얕은 곳에서.


그 이후로 수영을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여러번 했고, 실제로 수영수업도 등록했는데 꾸준하게 다니지 못해서 여전히 수영을 못하는 채로 살아가고 있다. 수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몸에 힘을 빼는 것이 나는 잘 안된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물에 뜨질 못한다고 들었는데, 나는 남들이 다 드러누워서 물에 뜰 때도 혼자 가라앉았다. 발을 땅에 딛어야만 안심이 되는 것 같다고 할까. 요즘은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한 것 외에는 머리를 물 속으로 담가본지도 몇 년은 된 것 같다. 수영을 할 시도도 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격증이 하나 있다. 20대 때 친구와 동남아 여행을 가서 별생각없이 다이빙을 했는데, 그 때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코스를 받은 것이다. 수영을 하나도 할 줄 몰라도 된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나는 그냥 경험만 하는 건 줄 알았다. 물론 과정은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5분동안 맨몸으로 수심 5미터의 수영장에서 생존(?)하는 것이 자격 요건 중 하나였다. 강사님은 그냥 물에 떠있기만 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나는 그 말대로 물에 떠있는 것을 목표로 했다. 5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분명 내 느낌에 나는 물에 잘 떠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말해준 바로는 나는 거의 물 속에 비스듬하게 서있는 자세로 입만 물 밖으로 동동 뜬채 5분을 견뎠다고 한다. 


실제로 배를 타고 바다에서 다이빙을 한 경험은 무척이나 포근했다. 다이빙수트가 몸에 밀착되어 감싸주는 느낌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바닷물 속에 완전히 잠겨 있는 느낌이 굉장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모든 장비를 갖췄기에 별거 아닐 수 있는 걸 수도 있지만 물에 대한 두려움을 아직도 갖고 있는 내가 다이빙을 했던 경험은 지금도 신기하게 느껴진다. 내 삶에서는 '불가능'이라고 여겨졌던 일을 큰 결심없이 그냥 해본 것이다. 






나는 종종 '우리 가족이 물에 빠지게 된다면?' 같은 상상을 해본다. 내가 수영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라면 가족들을 위험으로부터 구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한다. 수영은 더이상 불가능의 영역에 둬서는 안되는 것이 된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그렇게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Photo by Nazarizal Mohamma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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