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의 인생이 빛난 밤
일요일 저녁,
한 친구의 인생이 빛나는 장면을 보았다.
30년을 한자리에서,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단 한 번도 빠진 적 없던 사람.
힘든 사람 옆이라면
자기 일이 아니어도
먼저 손을 내밀던 친구.
그런 친구가 본의 아닌 퇴사,
뜻하지 않은 이별 앞에 서게 되었다.
누구의 계획도 아니었고, 누구의 기대도 아니었던 결론.
말없이 버티던 어깨가 처음으로 작아 보였고,
늘 반짝이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 순간, 우리는 알았다.
“이 사람을 그냥 보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움직였다.
비밀 카톡방을 만들고,
서로 시간을 맞추고,
친구가 알아채지 못하게 변장까지 하고,
5천 원짜리 의미 있는 선물을 고민했다.
그 과정이 이미 우리에게는 축제였다.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모으는 시간만큼 사람을 뜨겁게 만드는 순간이 또 있을까.
선릉역 식당 문이 열리고 친구가 들어왔다.
우리는 이미 약속대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만세삼창을 외쳤다.
완전히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을 맞이한 친구.
순간 그의 눈가에 물기가 올라왔다.
입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그 눈은 울고 있었다.
우리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한 사람씩 한 문장만 A4 용지에 손으로 써서 건넸다.
“당신이 있어서 버텼습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당신을 응원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당신의 힘이 되겠습니다.”
짧은 말들이었지만
그 말들 사이의 침묵이 울컥했다.
그리고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살면서 이렇게 응원받아본 날이 있었을까요…
이런 축하와 응원, 이런 따뜻함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제 인생에 몇 번이나 찾아올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알았다.
이건 이벤트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증명하는 의식이었다.
우리는 5천 원 이하의 선물에 이야기와 의미를 담았다.
고무장갑과 수세미 _ “앞으로는 천천히 쉬는 연습을 하세요.”
양말 한 켤레 _ “30년의 발걸음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습니다.”
디퓨저 _“당신의 향기가 더 멀리 퍼지길.”
난중일기 + 난중일기장 _ “이제 당신의 2막을 기록하세요.”
작은 물 건드리었지만 그 순간, 우리의 눈가는 또 몽실몽실해졌다.
의미를 담은 작은 선물이 삶을 이렇게 풍성하게 만들 줄 우린 미처 몰랐다.
가장 멀리 보령에서 온 웃는 돌 형님이 집에 도착해 군불을 때며 남긴 메시지가
오늘의 결론을 대신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빠지지 않고 위로하고 보듬던 사람.
그러니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나는 시골 산속에 숨듯 살지만
당신은 큰 도심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벗이 되어야 합니다.”
“제발 너무 열심히만 살지 말고 가끔은 게으를 줄도 아세요.
또 누군가의 응원이 되어야 하니까요.”
언제 사람이 가장 잘 보일까.
평온할 때가 아니다.
무너지는 순간, 그 곁에 누가 서 있는지로 알 수 있다.
어제 그 자리의 눈물이 말했고,
박수가 증명했고, 우리들의 마음이 대답했다.
“당신의 30년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끝이 아니라, 당신의 2막 개업식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함께 걸을 사람들입니다.”
사람의 인생은 평범한 날이 아니라 울컥한 날에 드러난다.
본의 아닌 퇴사 앞에서도 한 사람의 인생은 이렇게 빛날 수 있다.
그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그의 2막 첫 페이지를 함께 열어주었다.
에너지 휘날리며,
한 사람의 인생이 가장 아름답게 빛난 밤이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이상을 바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