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메뉴는 따로 있습니다
나는 사장님들한테 찍혔다.
"오늘 점심 뭐 드실 거예요? 결정하셨나요?" 직장인의 은근한 고민 중 하나가 점심 메뉴 고르기다.
나 역시 직원들과 "오늘 뭐 먹지?"를 매일 고민한다. 그러다 오늘 점심은 찜닭으로 결정했다.
막상 메뉴를 정하면 발걸음이 빨라진다. 인기 있는 식당에 가면 자칫 점심시간의 20%를 기다림으로 시간을 날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찜닭집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는 곳이다. 기본으로 찜닭에 당면과 만두가 나오는데, 두 번째 방문 때 만두를 빼고 당면을 더 줄 수 있는지 사장님께 물어봤는데 흔쾌히 그렇게 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또 오랜만에 다시 찾은 찜닭집.. 주문을 하려는데 사장님이 먼저 말했다.
"지난번처럼 당면 많이, 만두 빼고 드리면 될까요?"
우와! 과묵했던 젊은 사장님의 센스^^
고객을 기억하는 고수의 한마디에 감탄이 나왔다.
이번엔 또 다른 식당!!! 사골칼국수 집이다. 작년 4월에 오픈한 곳으로, 처음 방문한 건 올해 1월 시무식 때였다. 남자 사장님이 혼자 운영하는 곳이라 단체 예약을 하면 미리 떡국을 한 솥 끓여 놓을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1인용 냄비로 6개 화구를 이용하여 일일이 끓여주셨다.
시간이 걸렸지만 정성과 맛이 좋아 며칠 만에 다시 찾았다. 그런데 메뉴판에는 떡만둣국이 없었다.
"사장님, 지난주에 저희 단체로 와서 떡만둣국 먹었는데 메뉴판에는 없네요?"
알고 보니 원래는 없는 메뉴였는데 1월 2일 신년 분위기에 맞춰 특별히 만들어 주셨던 것이었다.
그날은 어쩔 수 없이 사골칼만두를 먹었지만, 국물 맛이 깊어 만족스러웠다.
특히 이 집에서 직접 담근 겉절이와 단무지는 엄지 척이다.
그 후 한 달에 세 번 정도 방문했고, 어느 날 다시 사골칼만두를 주문했다.
그런데 사장님이 익숙한 듯 묻는다. "칼국수를 떡국으로 바꿔 드릴까요?"
내가 기억되고 있었다.
그 후로도 이곳을 찾을 때마다 메뉴판에 없는 떡만둣국을 내어 주셨다.
사장님한테 찍혔나 보다. 기분 좋은 찍힘이다.
마지막으로 주꾸미불백집. 이곳은 김을 구워서 내어 주는데, 평소 김을 좋아하는 나는 갈 때마다 2~3번씩 리필을 요청했다. 늘 친절하게 더 주시던 젊은 여자 사장님. 그런데 어느 날 갔더니 아예 테이블마다 김통이 마련되어 있었다. 김 홀릭인 나에겐 감동적인 변화였다. 이곳은 12시가 넘으면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인정받은 맛집이다. 갈 때마다 친절한 서비스는 기본이고, 고객 맞춤형 배려를 받는다는 특별함이 있다. 이런 가게는 경기와 관계없이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고수들은 역시 다르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배려 속에서 단순한 손님이 아닌 '기억되는 사람'이 되어 간다.
한 끼의 식사가 주는 따뜻함, 작은 관심이 만들어내는 감동이 이곳들을 다시 찾게 만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분 좋게 찍히러 간다.
오늘은 어떤 사장님한테 찍힐지 아주 기분 좋은 고민이다. 이런 사장님들이 돈쭐나는 세상이여야한다.
친절과 정성으로 기억되는 가게들이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도록, 우리도 기분 좋게 돈 쓰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