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억에도 빨간약 하나쯤은 있을 거예요
스벅 커피 4잔을 받아 들고 큰오빠의 카니발에 오르려던 찰나.
“쿵!”
머리가 차문에 세게 부딪히고, 나는 뒤로 튕겨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순간 너무 아팠지만, 눈물은 안 났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우는 울음을 흉내 냈다.
차 안에 앉아 있던 가족들은 그런 나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마도, 그 모습이 꽤 우스꽝스러웠을 것이다.
30초쯤 지났을까.
바닥에 떨어진 커피 트레이를 들고 다시 차에 올라타, 한 번 더 엉엉 시늉을 했다.
그제야 모두 “괜찮아?”, “어디 안 다쳤어?” 하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몰라... 머리에서 피나는 것 같아...”
손을 머리에 얹었다 떼보니 정말로 손가락에 선홍빛 피가 묻어 있었다.
그 순간, 웃음은 사라졌다.
가족들의 얼굴엔 놀람이 스쳤고, “병원 가자”는 말이 오갔다.
나도 순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다행히 상처는 크지 않았다.
약국은 연휴라 문을 닫았고, 편의점에서 산 마데카솔로 급히 응급처치를 했다.
머리는 욱신거렸지만 할머니 산소에 가야 했기에 다시 길을 재촉했다.
덕평휴게소에 들렀을 때 엄마는 약국에서 “아까징끼”를 찾았다.
어릴 적, 아까징끼는 어디든 바르면 낫는 줄 알았다. 무릎이 까져도, 열이 나도, 심지어 마음이 아플 때도..
그 빨간약 하나에 아이들의 온 우주가 다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고두심 님이 오래전 드라마에서 가슴에 빨간약을 바르며 "마음이 아파서..."라고 말하던 장면처럼
아까징끼는 상처 위에 바르는 약이 아니라, 마음 위에 올려두는 위로였는지도 모른다.
그날, 엄마는 다시 내 머리에 붉은 약을 발랐고 신기하게도 욱신거리던 통증이 가라앉았다.
엄마 손끝의 약은 약국보다 더 빠르고 정확했다.
어릴 적 그 익숙한 빨간약.
엄마 손길이 머리에 닿는 순간, 마음이 놓였다.
그날 이후로도 엄마는 “약 꼭 다시 바르고”, “물 닿지 않게 조심하라”라고 몇 번이고 말했다.
엄마의 걱정은 말보다 따뜻했다.
사고는 순간이다.
늘 타던 차, 늘 있던 순간 속에서도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
다행히 모든 게 무사했고,
그날 저녁, 짜장면 한 그릇으로 하루는 마무리되었다.
울고, 웃고, 놀라고, 다시 웃었던 하루.
참, 인생이란 이래서 재밌다.
그리고 문득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아까징끼처럼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가장 잘 듣는 약은 엄마의 사랑이라는 걸.
사랑하는 울 엄마, 오래오래 지금처럼 제 곁에 있어주세요.
그 존재만으로도 저는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세상이 덜 아프고 인생이 참으로 살만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