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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olo Oct 23. 2020

첫 출근을 하며

첫 출근일의 기억과 잔상에 관하여

-들어가기에 앞서

2018년 첫 출근에 대한 느낌을 짧게 쓴 것을 회상하며

2020년의 오늘의 느낌을 Bold 처리로 덧 붙여보았습니다.

첫 출근 일처럼 추운 날에 첫 출근을 회상해본다는 것이 굉장히 묘하게 느껴집니다.  




2018년 10월 22일 오전 8시부로

나는 더 이상 학생일 수 없게 됐고, 나는 더 이상 학생으로 불리지 않았다.

이는 나의 첫 출근이었다.


기존에 고수해오던 삶과 리듬을 잊어야만 한다는 것에 대해

여전히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 해야 하지만 하고 싶지만은 않다. 벗어두고 싶지만 입어야만 한다.

하루에도 여러 번 극적으로 움직이는 이 감정이 나를 위한 것인지, 나로 인한 것인지


생각하지 못한 장소와 시기에 간절히 원했던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직도 장난 같은 운명으로 느껴진다.


익숙한 장소의 낯선 환경일지 낯선 장소의 익숙함일지는 겪어 보아야만 알 수 있다.

편안함은 익숙함만이 아님을 낯선 장소 또한 낯설지만 않음을

낯선 사람과의 시간을 통해서 우연처럼 배울 수 있었다.


익숙한 장소를 벗어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속한다는 것 또한

나에겐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익숙한 장소에서 익숙한 환경에 속한다는 것 또한

나에겐 더 이상 익숙하지 않다. 사무치게 그리웠던 그 익숙함은 장소와 환경이 아니라

지나간 그 시간과 사람들 때문이었기에


유리창문을 통하여 타인을 바라보던 단 하루 전의 내가 벌써 사무치게 그립다.


사무치게 그리운 탓에 아직도 나는 창밖으로 사람들 바라본다. 타인을 바라보며

나의 어제와 지난날들이 눈에 겹친다. 시간은 흘러도 그리움은 변치 않기에

여전히 사무치게 그립다.


이번 겨울은 유달리 차가울 것만 같다.

시간이 흘러 나의 유리창문에는 잔상이라는 서리만 잔뜩 끼어 안과 밖을 구분하지 못할 것만 같다.


닦아 내고 씻어내도 서리는 짙기만 하다. 아직까지는 짙기만 하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첫날 창밖을 바라보며


Light houses in the city

Never light-out


지금은 이 꺼지지 않는 불빛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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