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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물꼬기 Oct 14. 2023

아기 니모의 꿈

나는 니모 부부의 아기를 원했다. 작고 귀여운 니모의 아기라니 생각만 해도 귀여움이 밀려왔다. 약 2년 전,  해수 어항 카페에서 어렵게 쌍 잡힌 니모 부부를 입양했다. 매일 지극정성으로 밥도 많이 주고 관리를 했지만 6개월, 1년, 1년 6개월이 지나도 깜깜무소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한 후 니모 부부에게 밥을 주며 물어봤다.  “좋은 소식 좀 들려줘라, 오늘은 뭐 하고 지냈니? 어… 그런데 식신 니모 아빠는 어디 갔어?” 보통 때 같으면, 1초 만에 뛰어와서 입을 쩍쩍 벌리는데 보이질 않았다. 살펴보니, 그는 왼쪽 어항 구석 ‘자석 청소기’ 뒤에 숨어 있었다. 


이상하게 미동도 하지 않고 한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쭈, 배가 불렀어, 괘씸한 맘도 들었지만, 어디가 아픈지 걱정이 되어 다시 자세히 살펴봤다. 니모 아빠의 눈빛은 불안했고 양쪽 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를 평소와는 다르게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물살을 만들고 있었다. 그 물살의 끝은 자석 청소기 윗부분을 향하고 있었고, 그 끝에는 생명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게 아닌가!


 ‘니모 알’이었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이런 경사가 “고생했다, 니모 부부 그리고 축하해”. 니모아빠는 밥도 먹지 않고 아기들이 잘 부화될 수 있도록 지느러미로 산소를 공급하며 보살피고 있었던 것이었다. 얼마나 팔다리가 아플까, 배도 고프고, 안시 아빠의 부성애처럼 니모아빠도 동일한 행동을 보이다니 놀라웠다. 


이때부터 해수어 최대 물고기 카페 ‘리패’에서 니모 부화에 관련된 글을 모조리 읽고 공부했다. 안타깝게도 가정집에서 니모를 부화하여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그래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은 하고 싶었다. 


니모는 보통 알을 낳으면 2주 안에 부화된다고 한다. 나는 매일 새벽 일어나자마자, 알의 상태를 점검했다. 블로그에 기록하고 유튜브 영상도 만들어 올렸다. 


아기가 태어나면 생먹이로 줄 ‘브라인쉬림프’ 도 만드는 비법도 공부하고 연습했다. 그리고 자연 부화를 유도하기 위해, 부화 하루 전 자석 청소기를 산란통에 넣어 기포기를 틀어주고, 빛이 통하지 않도록 덮어주었다. 이렇게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드디어 2주 경과된 금요일 밤, 퇴근하자마자 어항으로 달려가 빛을 비춰봤다. 오호, 무언가 꾸물 꾸물거리는 게 보였다. 


So Cute! 정말 작은 아기 니모들이 초소형 지느러미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게 아닌가. 무려 70마리 아기 니모들은 기포기가 있는 부화 통 구석에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마치 제비 새끼들이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최대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것처럼 


이 아이들이 무사히 커서 ‘알록달록 초 귀염둥이 니모들’로 성장한다면 얼마나 귀여울까. 어항 가득히 ‘니모 때’가 헤엄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아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기들이 먹을 밥을 만들어 줘야 한다. 부화 후 1일 후부터는 ‘난황(주 1)’ 소비가 끝나게 되므로,  ‘로피터(주2)’라는 살아있는 먹이를 먹어야 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나는 이 먹이를 구할 수 없었다. 백방으로 구해보려고 했지만,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먹이가 아니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브라인쉬림프(주3)’를 부화시켜 주고, 물고기 사료도 미세하게 갈아서 줬다. 


하지만 아이들은 먹지를 못했고 태어난 지 2일 만에 모두 용궁으로 떠나갔다. 니모 부부는 아이들이 사라진 걸 단방에 알아봤다. 내가 가까이만 가면 아이들을 살려내라고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을 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미 아이들은 푸른 바다의 별이 되어 영원히 사라졌다.  


나는 그대들의 삶과 나의 인연을 생각했다. 

우연을 가장하여 필연처럼 다가온 너희들을 

나는 매일 꿈에서 만난다. 

웃고 있는 너와 내가 바다에 있다. 





(주 1 난황 : 불완전한 형태로 갓 태어난 어린 물고기들에게 영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함)

(주 2 로피터 : 브라키오누스(Brachionus) 속 동물플랑크톤의 한 종류, 160~320㎛로 매우 작아 갓 태어난 치어의 먹이로 사용됨)

(주 3 브라인쉬림프 : 아르테미아 살리나(Artemia salia)로 소금물 호수에 서식하는 수생 갑각류의 한 종으로 물고기에게 가장 좋은 생먹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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