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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물꼬기 Oct 19. 2023

수초 어항 만들기 대작전 1탄

콘셉트, 어항, 받침대 선정하기

내무부 장관님(와이프)의 우레와 같은 아량으로 어항 설치 안건이 최종 승인되었다. 인류 대통합의 순간이며, 몇십억 하는 회사 프로젝트 승인보다 더 기쁜 날이었다. 작은 어항 속에서 힘겹게 살고 있던 안시 엄마는 기뻐서 눈물을 훔쳤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감격했다. 그래! 다년간 쌓아 올린 내 노하우로 최고로 근사한 어항을 만들리라!


매일 퇴근 후 2시간씩 공부하고 조사했다.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 아름다운 어항의 이면에는 많은 노력과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이때 깨달았다. 근사한 수초어항은  수초어항 콘셉트, 어항 크기, 유리 종류, 두께, 하중, 어항 받침대의 크기와 재질, 대규모 여과 시스템, 수초 싱그럽게 자라게 하는 조명과  이산화탄소, 바닥재와 수초 비료 등등 모든 게 철저하게 구상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퇴근 후 공부는 힘들었지만 힘들 줄 몰랐다. 내가 좋아해서 하는 일, 너무 즐거웠다.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매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혹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그리고 행복하겠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런 삶을 꿈꾸고 있었다. 


조사 분석을 하면서 블로그나 메모장에 틈틈이 기록했다. 마지막 결과도 중요하지만, 청춘과 열정을 쏟은 그 과정이 너무 소중했다. 그래서 사소한 것도 기록하고, 사진 찍고, 영상으로 남겼다. 그 기록들은 유튜브(파파물꼬기)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수초어항 콘셉트 정하기


수초어항을 만드는데 가장 먼저 생각할 게 있다. 그건 모든 일이 방향이 중요한 것처럼 수초어항도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다. 콘셉트는 방법과 방식에 따라 다양했다. 다채로운 수초를 활용하여 낙엽이 지는 산 풍경을 표현하는 더치 스타일, 최소의 자연스러운 암석과 수초로 구성한 이와구미스타일, 실제 자연의 있는 모습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한 비오톱 스타일, 돌과 유목, 피규어들의 인공물을 활용하여한 타이완 스타일 등등이 있다. 


이 작품들 중에 내 눈을 사로잡은 스타일이 있었다. 광활한 초원처럼 펼쳐진 수초들, 새처럼 날아다니는 작은 물고기들, 그 사이 멋스러운 바위들 사이로 자라난 이름 모를 풀꽃들… 바로 , 이와구미 스타일의 어항이었다.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와구미 스타일  수초어항, 연초록의 잔디밭 싱그럽도다.


바로 이게 나의 운명적인 어항이구나 느낌이 왔다.  이 수초어항이 아마노 타카시(Takashi Amano)가 최초 도입한 이와구미 방식이었다. 


이와구미 스타일은 절제미와 여백을 강조한 방식으로 최소한의 암석과 수초의 배치로 정원을 어항 속에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방식이다. 암석은 주로 질감 표현이 뛰어난 청룡석을 사용했고, 잔디를 표현하기 위해서 전경 (어항 앞부분)은 미니 헤어글라스, 후경 (어항 뒷부분)은 헤어글라스를 사용했다.


나는 어느새 어항 끝 펼쳐진 초원에 말을 타고 달리고 있었다.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머리 위로 날아가고 바위와 수초 사이로 청명한 바람이 스쳐갔다. 마치 어항과 내가 함께 태어난 것처럼…



어항 크기, 유리 두께, 종류 정하기


콘셉트는 ‘이와구미’로 정해졌으니 어항 크기, 유리두께, 어항 받침대를 정해야 한다.  어항은 가로 120cm, 세로 50cm, 높이 50cm (4자 광폭)으로 선택했고, 유리 종류와 두께는 올디아망, 12cm로 정했다. 이와구미 스타일은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유리 종류는 관상을 위해 투명도가 가장 높은 종류 올디아망을 선택했다. 비싸지만 이 정도는 되어야 물고기들과 수초의 싱그러움을 깨끗이 감상할 수 있다. 


어항 받침대 선택


4자 광폭 어항의 물량은 대략 약 300L (120 x 50 x 50/1000 = 약 300L), 무게로 환산하면 300kg나 된다. (뚱뚱한 어른 3명의 무게라니 엄청나다.) 300kg의 어항을 24시간 365일 한치의 틀어짐도 없이 어항을 사수할 수 있는 받침대의 선택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었다. 만일, 하중을 못 견디고 받침대가 무너져 어항이 깨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인생 최대의 비극이리라~. 그날로 물생활 인생은 끝장나고, 아래층 누수가 발생하여 수천만 원의 금전적 손해까지…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다행히 지금까지 문제가 없어 참 고맙다.)


세팅 전 어항과 받침대, 이때가 가장 설렌다.


정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결국 ‘전문업체’를 통해 최대한 튼튼하게 주문 제작했다. 제작 시 선택 기준은 나무 종류, 높이, 거실과 어울리는 디자인 이렇게  아래 세 가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했다. 


첫째, 나무는 물에 강하고 뒤틀림이 없는 고무나무 원목을 사용했다. 

둘째, 소파에서 감상하기 최적 높이 80cm로 제작했다.  (크기 120 x 50 x 80)

셋째, 색감과 디자인은 모던하고 온화한 감성을 표현하고자, 연갈색 베이지색 우드톤과 빗살 무늬 문양으로 다듬었다. 

 

내가 원하는 작은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 아닐까? 이제부터 시작이다. 벌써부터 설렌다. 어떤 세계가 만들어져 눈앞에 펼쳐질지… (2탄 계속)


수초어항 초기완성 모습 캬 ~ 물멍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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