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파물꼬기 Nov 26. 2023

풍수지리 신봉자 어항 명당자리는?

2016년 일이다. 드디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어 이사를 하게 되었다. 비록 은행 빚으로 아파트를 샀지만, 집 없는 설움에서 벗어난다는 자체가 그저 감사했다. 

우리 가족 모두는 이사하기 2달 전부터 어깨춤을 추며 신이 났다. 그중에 잇몸 만개하며 좋아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물고기 집사(나)와 물고기 친구들이었다.  그 이유는 '새 어항을 구입해도 좋다는 내무부 장관님의 최종 승인'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보다 더 근사한 일은 없었다.


어항 명당자리는 어디?


이사 2달 전부터 어항 위치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했다. 그 이유는 나는 풍수지리 신봉자였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 중국음식점에 갔을 때 출입문 근처에 커다란 어항이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요즘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신기한 건 그곳에는 손님들이 항상 많았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게 바로 풍수지리라는 것을...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어항(물)의 기운은 '재물과 복'을 가져온다고 한다. 하지만 어항의 위치에 따라 '길흉화복'이 변화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심사숙고를 거듭했다.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면밀히 조사하고 분석했다. 이사할 집의 도면을 어렵게 구하고, 평면도의 치수를 확인하고 실측하여 세밀하게 기록했다.  


스케치업(Sketchup) 배우다


처음에는 팬으로 종이에 직접 그렸다. 직접 손으로 그리니 전체적인 조감도와 정확한 위치 표현이 어려웠다.  그래서 도면 그리기 프로그램, 스케치업(Sketchup)을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부했다. 처음에는 선 하나 그리기 어려웠지만, 그냥 매일 그렸다.  작은 의자부터, 어항,  소파, 책상, 벽체 등등을 그렸다. 궁하면 통한다고 유튜브 영상을 보고, 매일 그리니 실력이 점점 좋아졌다. 

거실을 그렸고, 주방과 침실, 아이들 방과 화장실, 새로운 어항 등등을 그렸다.  결국 집 전체를 내 손으로 그렸다. 


어항 예비 후보지 2곳 선정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3D 실제 스케일로 축소하여 하늘에서 바라보는 시점으로 이사할 집의 구조를 그렸다.  만나보자!  '전지적 하늘 시점' 우리 집이다.



총 2곳을 어항 예비 위치로 선정했다. 예비 위치의 선정 조건은 매우 까다롭게 설정했다. 부와 복이 들어올 수 있도록 방위각은 동남쪽에 위치해야 하고, 현관에서 들어오자마자 어항이 보이는 곳이야만 했다. 

먼저, 1번 위치는 거실 창 쪽이다. 동남향으로 개방된 창 옆 소파에 앉아 물멍하기 딱 좋은 위치이고 가장 안정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햇볕이 바로 들어와 이끼가 많이 생길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둘째로, 2번 위치는 파티션 형태로 3면에서 어항을 관상할 수 있는 최고의 뷰 맛집 장소다. 수족관 카페와 같은 분위기도 연출할 수 있게 하는 최적의 위치다.

 

사실 나는 두 곳 모두 맘에 들었다. 두 곳 모두 어항을 설치하고 싶었다. 1번 위치에는 담수 어항을 설치하여 편안히 물멍을 하고 2번 위치에는 해수 어항을 놓아 분위기 있는 카페를 연출하고 싶었다.


두근두근 최종 어항 위치는?


나에게는 1개의 어항만 허락되었다.  '신이시여 ~ 나에게 왜 이런 고통을 주십니까? ' 선택 장애가 왔다. 

결국 '수초 전문 카페 고수님들'에게 의견을 여쭤봤다. 역시, 전문가들은 달랐다.  장기적인 관점, 심미적인 관점, 관리적인 관점 등등등.  다양한 경험에 따른 의견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런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하고 가족회의를 통해 최종 1번(창가 쪽)으로 결정했다. 아래는 2016년 동남쪽 창가에 설치된 어항 모습이다. 지금 생각해 봐도,  1번 위치를 선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7년이 지났다 


2016년에 설치된 수초 어항은 현재까지 그 자리에 있다. 7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계절들이 지나갔다. 어항은 차가운 바람,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견디며 우리 가족을 지켜주었다. 고맙다. 

"용왕님 ~ 앞으로도, 물고기 아이들 데려가지 마시고 우리 집도 잘 보살펴주세요. 아참 물고기 이야기도 출간되게 해 주시고요"


이전 03화 물멍 한잔 하실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