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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물꼬기 Dec 03. 2023

궁극의 물생활 청소 필수템 세 가지 없으면 개고생

나는 사실 물욕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이거 없으면 개고생인 물건(?)이 있다.  물생활을 한 10년 정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정말 다양한 물생활 청소용품을 사용해 봤다. 나는 이제 막 물생활에 입문하려는 분들의 시행착오 줄여드리고 싶다.  온전히 물생활의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궁극의 물생활 청소 필수템'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로, 사이펀이다. 


사이펀은 어항의 물을 밖으로 빼내는 역할을 한다. 최소 ⅓ 정도는 매주 환수를 해주어야 물고기들과 수초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사이펀은 물고기들이 바닥에 배출한 '똥'을 빼내는 역할도 수행한다. 또한 저면 여과기 필터에 모여진 찌꺼기들도 시원하게 청소할 수 있다. 


사이펀으로 어항물을 빨아들이면 호스를 통해 밖으로 나오는데, 이 나오는 물을 보면 정말 '똥' 물이다. 이보다 더 속이 후련할 수는 없다. 



두 번째로 스크랩퍼다.


수정처럼 맑은 어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크랩퍼'가 필수다.  이끼는 조금만 청소하지 않으면 '녹차라테'처럼 어항 벽에 딱! 눌러 붙는다. 그리고 강력한 잡초처럼 제거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이끼는 지구 최강 생명력이자 다산의 상징이다.  작년인가 출장이 있어서, 1달 정도 청소를 못한 경우가 있었는데,  돌아와서 보니 녹색 어항이 되어있었다. 물고기들은 볼 수 없었다. 이끼가 세상을 점령한 것이다. 이 경우 방법은 딱 하나다. 


어항 벽을 스크랩퍼로 한땀한땀 긁어내야 한다.  이때 사용했던 스크랩퍼가 바로  ‘도루코 면도날’을 장착한 스크랩퍼다. 예리하고 차가운 면도날을 어항 벽에 살며시 올려두고,  천천히 힘을 주어 밀어낸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거되는 이 쾌감은 실로 놀랍니다. 


긁자마자, 앰뷸런스가 출근길을 뚫고 지나가는 것처럼 뻥 길이 뚫린다.  '밝음과 어둠'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너무도 너무도 아름답다.  면도날 이보다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세 번째로 주방에서 사용하는 매직 스펀지다. 


와이프가 알면 큰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물생활 전도를 위해서는 이 정도는 희생을 해야 한다.  내가 감수하겠다. 매직 스펀지는 이름처럼 정말 '마술' 그 자체다.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어항 벽을 천천히 문지르면,  태곳적 찌든 때와 이끼 등은 저 멀리 용궁으로 사라진다. 지금 주방에 있는 '매직 스펀지'를 어서 '공수' 하기 바란다. (단 와이프 몰래 ㅎ) 


이렇게 물생활 필수템 사용하여, 2시간 정도 청소를 하고 나면 정말로 개운하다. 마치 유년 시절 아버지와 함께,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마치고  ‘바나나우유’ 먹었던 기분처럼 말이다. 



글을 마치며


광활한 초원이 펼쳐지는 수초 어항, 푸른 바다를 수놓은 산호초들의 일렁거림,  눈인사를 하는 귀여운 니모들이 있는 해수어항을 나는 항상 동경해왔다. 

간절히 원했던 물생활은 10년 동안 현재까지 나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주말이면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어항 앞 '명당자리' 소파로 간다.  


미소를 띠운다.  어항을 본다. 나를 본다. 물고기가 된다. 사색에 잠긴다. 좋다. 아 너무 좋다. 이 여유. 이 멋진 사람이 나라는 인간이다. 앗... 그런데... 가까이 보니 어항 구석에 붓 이끼가 창궐했다. 징한 놈들... 지난주 분명 백 프로 제거했는데 또 스멀스멀 올라왔다니...


맞다. 물생활은 '청소와의 싸움' 이었다. 매주 세심한 손길이 필요했다. 그냥 저절로 뚝딱 되는 건 없다는 것을, 모든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다는 것을 물생활을 통해 깨달았다. 


오늘도 나는 모든 복잡한 생각들을 잊고, 오직 어항 청소에만 몰두한다. 수정처럼 맑은 어항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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