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황당한 질문
딸아이와 그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나의 첫 책 『물고기 이야기』에 들어갈 삽화를 그리기로. 그리고 그 대가로 '아이패드'를 사주기로 약속했다. 삽화는 45개 글 꼭지당 최소 2장씩, 넉넉잡아 100장 정도 필요했다. 나는 7월 초, 2차 투고를 하기 위해 주 3회 글을 퇴고하여 브런치에 공개하고 있다.
내가 회사에 다니며 주 3회 글을 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딸아이가 학교와 학원을 다니며 6장의 그림을 그려내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딸아이는 천부적인 재능으로 한 번 그리면 무척 빠르고 다정하게 그렸지만, 작은 물고기나 해수어항, 산호초, 해구석 등의 묘사를 할 때면 시간이 많이 걸렸다. 어떨 때는 1시간 넘게 지웠다가 다시 그리고, 또 그리고, 반복했다. 나는 이런 딸아이를 보며 채근했다.
"딸, 대충 그려도 돼. 나머지 그림은 언제 그리려고? 내일 글 올려야 하는데 이럴 시간이 없다고!"
"아빠! 하나를 그리더라도 제대로 해야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했다. 그래, 초심을 잃지 말아야지. 내가 읽었을 때 술술 읽히는 글을 써야지. 기교보다는 완벽하게 퇴고해야지 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이렇게 학교 숙제도 많고, 한참 친구들과 올망졸망 뛰어다니며 놀아야 할 딸아이인데, 아빠를 위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딸아이가 나는 무척이나 대견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오후, 그림을 그리다 말고 딸아이로부터 황당한 질문이 날아들었다.
"아빠, 근데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이렇게 글과 그림을 모두 다 공개하면 책을 누가 사?"
앗...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황당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답했다.
"걱정도 팔자다. 그건 책 계약이 되고 나서 고민하면 돼."
"계약이 되고 나면 글 내용과 삽화 등이 많이 변경될 거야. 걱정 말고 스케줄대로 잘 그려보자."
"아빠는 이미 글을 다 준비해 놨는데, 삽화가 없어서 못 올리는 글이 천지야."
아이들은 어른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상상력을 품고 자란다. 반면, 어른들은 점점 상상력을 잃어간다. 나는 글을 쓰면서 느꼈다. 질문하고, 상상하고, 생각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만 한다는 것을.
이 글이 『물고기 이야기』 책에 포함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소망한다. 이 글이 책에 실리기를. 훗날 딸아이가 이 책을 펼쳐 보며,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그림을 그리던 그 서재방의 풍경 속으로 조용히 순간 이동하기를. 그리고 상상력이 풍부했던 아빠를 떠올 수 있기를 나는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