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쉽게 바꿔 쓰는 거 아니다
사람의 행동이 바뀐 다는 것은 그 사람의 정체성이 바뀌었다는 의미이다. 나는 원래 책을 꽤 즐기는 편이었고 관심이 생기는 분야가 있으면 관련된 책들을 사서 읽었다. 신입 사원과의 대화 이후 나는 투자 책들을 몇 권 사서 읽어 보았다. 기존에는 자기 계발서는 열심히 봐도 투자책은 별로 본 적이 없었다.
어떤 투자책은 확실한 매물이 있다면 사돈의 팔촌의 돈까지 모두 끌어와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지고 있는 불안을 극복해라”,
“익숙한 길은 익숙할 뿐 안전한 길이 아니다.”
그런데 이미 30년 넘게 굳건하게 자리 잡은 나의 정체성은 쉽사리 흔들리지 않았다.
내가 어렸을 적 나는 우리 집을 가난한 집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집은 아니었지만 당시에 부모님이 투자를 하시다가 투자금을 거의 회수하지 못한 시기였다. 그래서 어린 시절 쓰고 싶은, 사고 싶은 것을 충분히 누리고 살 수는 없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우리 가족은, 그리고 나도 투자라는 것에 굉장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돈의 가치가 빠른 속도로 떨어져서 투자를 하지 않으면 벼락거지가 된다는 이야기가 거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금도 사실 크게 바꾸지 못한 생각이다.
아무튼 그래서 누나도, 나도 모두 공무원이 되었다.
‘투자는 안 하고 성실하게 돈을 모으고 다른 유혹에 쓸데없이 한 눈 팔지만 않으면 중산층으로는 충분히 살겠군.’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례적인 돈의 유동성 파티에 상황은 혼란스러워졌다.
주위의 열광적인 투자 흐름에 휩쓸려 투자 책을 몇 십 권 정도 더 읽어 보았다. 투자책을 읽다 보니 나도 불타오르는 열정을 느끼면서 ‘투자’라는 것에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리저리 재보기만 하다가 결국 서서히 식어갔다. 다시 예전처럼 퇴근하고는 경제서나 투자서 대신 자기 계발서, 인문학 책을 읽거나 운동 등의 나름의 소소한 자기 계발을 하며 살았다.
그날이 오기 전까진 다시 평온한 하루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