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남아빠 May 30. 2024

투자에 몰두하는 신입 공무원이 끼친 영향

진짜 이렇게만 살아도 되는 걸까?

결혼을 하면서 집을 살까 말까 꽤 고민을 했다. 그런데 무리하지 않으면 큰돈이 돌지 않는 상황이라, 그냥 공무원 임대 아파트를 들어갔다. 부부 공무원이니 착실하게 돈을 모으면 금세 어느 정도는 돈을 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임대 아파트에 들어간 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터졌고, 아파트 값은 매일매일 신고가를 경신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굉장히 초조해했고, 가격이 두 배가 넘게 뛴 아파트들을 보며 지금이라도 대출을 내서 이 흐름에 올라타자고 계속해서 나를 설득해 왔다. 나는 일단 기다려 보자며 아내를 진정시키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공부하는 신입 사원을 보며 생각이 굉장히 많아졌다. 그전까지 나는 직업에 관해서는 꽤 고지식했다. 나는 이 직업이 내가 평생 할 직장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각오를 했다. ‘나는 10년 정도는 남들이 하지 않는, 어려운 일들을 일부러 좀 도맡아 해야겠다. 젊을 때 그렇게 10년 정도 고생하고 나면 꽤 전문성이 쌓이겠지’ 그래서 사 내에서도 ‘yes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하고 동료들에게 나름대로 평판도 좋았다. 


내가 그런 일들을 도맡아 했던 이유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였지만 동기가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동료들 입장에서는 함께 일할 때, 자신의 몫 이상은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여겨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몇 년 직장 생활을 해와도 전문성이 크게 늘거나 일머리가 늘었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일을 해보다 보니 ‘그냥 뭘 해도 어찌어찌할 수는 있겠지’ 정도의 자신감은 생겼다. 그렇게 보통의 다른 공무원들처럼, 성실히 일 하고, 퇴근하고는 적당히 자기계발하며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삶을 살고 있었다. 물론 아파트 값이 펄쩍펄쩍 뛰기 전에도 월급이 여유롭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동네에 맛집 소곱창을 발견하고는, 월급날이나 성과급을 받는 날이면 아내와 손잡고 신나게 달려갔다. 양이 그리 많지 않은 소곱창 모둠세트를 먹으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이거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양 부족하면 더 시켜 먹기도 하고”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렇게 충분하지 않아도 가끔 맛있는 것을 먹고 조금씩 쌓여 가는 통장 금액을 보는 것도 만족스러운 삶이었다. 


그런데 돈의 유동성이 넘치면서 점점 ‘이렇게 사는 게 요즘 같은 상황에선 좋은 방법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이 신입 사원과의 대화는 나에게 꽤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이전 01화 반복되던 일상에 미세한 변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